직접 교체하다
세입자가 조기 퇴거했다.
경민은 덤덤했다.
이미 이 집에선 놀랄 일도, 당황할 일도 다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세입자는 괜찮겠지…’
운 좋게도 곧장 다음 세입자가 정해졌고,
경민은 한숨 돌리며 계약서를 썼다.
문제는 전세가였다.
작년보다 2천만 원이 낮아졌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민은 갖고 있던 예적금을 해지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야말로 “내 돈 들여 남의 집 꾸미는” 투자자의 길.
하지만 이번 세입자는 다행히
“입주청소비 지원해주세요” 같은 요구는 하지 않았다.
대신, 새 출발을 위해 도배만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민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배 정도야, 나도 직접 해보면 되지 않을까?’
‘인건비만 아껴도 몇십은 아끼는 건데…’
도배 당일, 경민은 직접 갭투자 아파트를 찾았다.
도배 현장을 지켜보며 배우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현관 센서등이 켜지지 않았다.
경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뭐야… 이번엔 조명 고장?’
예전 같았으면 바로 부동산 소장님께 전화를 걸었을 텐데,
이젠 연락하는 것조차 미안하고 민망했다.
‘내가 한번 해볼까…’
경민은 휴대폰을 꺼내 ‘현관 센서등 셀프 교체’를 검색했다.
유튜브 영상은 예상보다 훨씬 친절했고,
작업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지만 당장 작업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교체할 센서등이 있어야 하지.
의자나 사다리도 있어야 하지.
드라이버 같은 공구도 없었다.
‘그래, 오늘은 도배부터 배우고
집에 가서 준비해오자.’
도배 기사님을 기다리던 경민은
막상 도배 작업이 시작되자
“여기 계시면 일하기 불편해요”라는 말에
쓸쓸히 밖으로 나왔다.
집에 가기 전, 근처 조명가게에 들러 센서등을 살펴봤다.
괜찮아 보이는 모델이 눈에 띄었지만,
가격이 인터넷보다 1만 원 정도 더 비쌌다.
‘1만 원 차이면… 집에 가서 공구도 챙겨야 하니까 그냥 온라인으로 사자.’
그날 밤, 경민은 센서등을 주문하며
‘1만 원 아꼈다’는 뿌듯함에 포인트 적립까지 챙겼다.
며칠 후.
경민은 의자와 공구를 들고
다시 투자 아파트로 향했다.
현관 앞에서 땀을 닦고,
드릴 대신 손드라이버를 든 채
기존 센서등을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새 센서등을 설치했다.
그리고 현관을 나갔다 들어왔다.
“딸깍.”
센서등이 켜졌다.
경민은…
작은 승리를 얻은 사람이었다.
‘내 손으로 고쳤다.
내 손으로 이 집을 관리했다.’
에어컨, 보일러, 누수 같은 대형 고장은
늘 돈으로 해결해야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경민이 직접 손을 움직였고,
제대로 작동했다.
도배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경민은 천천히 집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그런데,
욕실 욕조와 벽 사이의 실리콘 마감이 지저분했다.
곰팡이 자국, 갈라진 틈.
바로 또 유튜브를 열었다.
‘욕실 실리콘 셀프 시공’
도전 욕망이 다시 불붙었다.
경민은 그 길로 다이소에 들러
마스킹 테이프, 실리콘 건, 커터칼을 샀다.
그리고 욕실 바닥에 무릎 꿇고
조심스럽게 실리콘을 눌렀다.
하얗고 새끈한 실리콘 줄이
욕조와 벽 사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경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별 거 아니잖아.
나도 할 수 있네.’
그 순간, 경민은 조금 달라진 사람이었다.
더는 무조건 부동산 소장님을 찾지 않았고,
기사가 오기만 기다리지도 않았다.
망설이기보다,
직접 손으로 삶의 빈틈을 메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집을 나서며,
경민은 도배지를 손으로 한 번 쓸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다음번엔… 도배도 내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