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발 좀 그만하자...
세입자가 나간 집은 늘 그렇듯 엉망이었다.
도배를 해달라는 새 세입자의 요구에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가, 방 두 면은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을 정도라 이전 세입자에게 도배비를 받아냈다.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이었으니 내 지갑에서 바로 나가는 돈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조금 마음이 가벼웠다.
이 집에는 특이하게도 빌트인 오븐이 있었다.
이전 세입자는 그걸 빼내고 본인 인덕션을 설치해 쓰다가, 퇴거할 때 오븐을 다시 끼워 넣고 갔다. 문제는 그 오븐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낡고 기름때 낀 모습까지 흉물스러워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치워버리면 싱크대 하부가 텅 비게 되니, 그저 두기로 했다.
진짜 문제는 그 위의 가스레인지였다.
새 세입자가 혼자 사는 데다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해도, 집에서 가스레인지가 안 된다면 곤란하다. 고장 책임을 따져 보상받고 싶었지만, 부동산에서는 “고장 시기가 애매하다”며 결국 집주인이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했다.
새 제품을 알아보니 20만~30만 원.
또 돈이 나가는 상황에 한숨이 깊어졌다. 머리를 굴리던 중,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입주할 때 떼어내 보관했던 가스레인지! 아일랜드 식탁 밑에 고이 모셔둔 그것이 생각났다.
길이를 재어보니 대충 맞을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가스레인지를 싣고 투자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끼워 넣어보니—딱 들어맞았다.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바로 도시가스에 연락해 설치를 요청했다.
며칠 후 기사님께서 방문하셨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기사님께서 “가스렌지 코드가 짧아 콘센트까지 닿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나는 직장에 있어 현장에 갈 수조차 없었다. 그 순간, 진짜 절망감이 몰려왔다. ‘가스레인지가 이렇게 날 괴롭히는구나.’
그러다 지난번 보일러 수리를 맡겼던 기사님이 떠올랐다.
급히 전화를 드리니 마침 근처에 계셨다. 출장비 2만 원만 달라는 기사님은 흔쾌히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주셨다. 떠나시며 “이런 출장이면 너무 좋으니 다음에도 꼭 불러달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마침내 가스레인지가 무사히 제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도 돈 나갈 일은 있었지만, 새 가스레인지를 구매하는 것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이젠 정말로 새 세입자가 이 집에서 따뜻한 밥 한 끼 지어 먹으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