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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재방송

기억이 다시 말을 건넬 때

by 해피엔딩

YouTube는 내가 보지 않은 영상을 끊임없이 띄워준다.
하지만 한 번 본 영상은 다시 추천하지 않는다.
이미 본 것은 흥미가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말’도 그렇다.
머릿속에 오래 남은 사건이나 감정은,
말로 꺼내지 않는 한 계속해서 우리 안을 맴돈다.
어떤 날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오를 때 우리는 말하게 된다.

그제서야 그 기억은 비로소 하나의 에피소드로 정리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다.
술자리에서, 혹은 익숙한 얼굴들 앞에서.
그 반복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사람은 아직 그 기억을 ‘다 해소하지 못한’ 건 아닐까.
그때의 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고,
누군가의 인정이나 공감이 덜 채워졌기 때문에
무의식이 계속 ‘재방송’을 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얘기 또 하시네요”라고 말하기보다
“그때 정말 그랬구나” 하고 들어보려 한다.
우리도 앞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다시 할 테니까.

같은 이야기를 처음 듣는 듯이,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나는 듯이,
그렇게 오래오래 함께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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