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 살아생전 가능하긴 할까?
구라파 가보고 싶다. 다른데는 다 가봤는데 구라파는 가본 적이 없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아마 구라파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럽을 구라파라고 한다. 왜 구라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라 그냥 옛날 사람들은 구라파라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사람들은 참 신기하게 나라를 불렀던 것 같다. 불란서, 화란 등. 지금 사람들은 노어노문학과가 있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을 가능성이 클거 같다. 외국 이름이라는게 원래 한자로 음역되고 들어 온 것이 많아 그렇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할머니는 구라파 한 번 가보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어릴 때 구라파 가보고 싶다 말씀하셨을 때, 할머니 제가 나중에 돈 벌면 구라파 한번 보내드릴게요 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내가 다 크기도 전에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먼저 가시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유럽이라 하면, 구라파가 먼저 더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다.
할머니가 못 가보셨던 구라파는, 나 역시 못 가봤다.
대학생이 되면 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가게 될 줄 알았으나, 돈이 없어 결국은 못가게 되었다.
모르겠다. 내 또래 중에는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며 몇 년동안 모아온 돈을 한번에 쓰며 유럽을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은 새학기에 본인이 듣고 경험한 것을 많이 풀어대기도 했던거 같다.
그 때 목표라도 세워 돈을 모아 가봤을껄 하는 생각이 든다.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니 유럽여행의 꿈은 더 멀어져만 간다. 요즘이야 대기업에서 일주일씩 연차를 쓴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 또래 직장생활 할때는 그런 휴가는 외국계 회사나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였다.
물론 친구들 중에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 당시 제주도에 갈 생각이였는데, 아버지께서 아는 분이 여행사를 한다고 하셔서 그분 덕분에 발리를 다녀왔었닥.
아이가 생기고 나니 더 더욱 힘들어지는게 유럽여행이다.
대학생 때 혼자 여행을 떠났다면 몇백이였으면 끝날 여행이, 결혼 이후에는 몇천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여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아이를 키우려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을 벌려다 보니, 유럽여행을 감히 꿈꿀 수 없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직업군인으로 오랜 기간 군인이였기 때문에, 군생활 내내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다.
그 때 군인을 관두면, 전직교육기간이라고 있는데, 10개월 동안 월급이 나오면서, 이직 준비를 하는 기간인데, 그 기간에 유럽여행을 갈 것이라 꿈꾸며 군생활을 참아 오게 되었다. 하지만, 전직교육기간에, 유럽여행은 결국 못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전염병 때문인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 여행은 꿈도 못꾸게 되었고, 대신 제주도에만 마스크를 끼고 몇번 다녀오고 말았다.
전역 한 이후에는 사업을 하다보니, 더더욱 유럽여행은 멀어지게 된 것 같다.
버는 돈이 내 마음 같지 않으니, 2024년 파리에 딸과 함께 올림픽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그만큼 돈이 벌리지 않아버렸다. 그렇다 보니 더더욱 떠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반대로 돈이 좀 여유로울 때는 업무에 깔려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나라나 가벼운 마음에 가게 되는데, 괌에 갈 땐 죽다 살아난 기분이였다.
돈이 좀 벌리고 있어, 지금 추세대로면 여름에 기분 좋게 괌에 갔다 와야겠다고, 항공권을 미리 예매를 해놨었는데, 괌에 가기 전에 정말이지... 장사가 안 되었다.
이건 항공권 예약비용이 아까워도 취소 해야 된다 생각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되었는데, 죽을 때 죽더라도 여행 다녀 와서 죽자란 생각에 무리하게 떠나게 되어버렸다.
근데 다행히 괌에 가 있는 중에 많은 영업이 되어 살아났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괌은 시차도 많이 차이가 안 나고, 로밍도 잘 되다 보니 사업을 연장하는데 있어서, 제한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나도 유럽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직원들에게는 돈을 많이 벌어서 다 같이 유럽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일희일비 하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 까지 한다.
잘 될때는 머스크가 된 기분이였다가, 안 될때는 거지의 삶도 부러워져 간다.
그러고 보니 딱 유럽여행이 그런 것 같다.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빨리 자리를 잡아 유럽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