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밥상

보말죽과 고사리 육개장

by 추수희

남편이 아팠다. 나도 몇 일 전에 아팠다. 남편은 장염으로 아파했고 나는 술병으로 아파했다. 나는 제주도에 사는 사치스러운 사람이기에 술병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자 보말 죽을 먹으러 갔다. 여기는 어디인가. 우리나라 최대 관광 도시인 제주다. 일상에서 숙취 해소를 보말로 달랠 수 있는 호사스러움이야 말로 진정한 사치 아닌가? 쓰린 속이 신기하리 만큼 편안해졌다. 그 기억이 떠올라 아픈 남편을 이끌고 동네 병원에서 진찰 받고

주사 맞고 약을 처방 받은 후 우리는 보말죽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식당에 앉아 보말 죽과 고사리 육개장을 시켰다. 아침과 점심을 가급적 먹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오늘은 남편 아픔을 핑계로 한 숟가락 떠본다. 따스하고 걸쭉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와 배를 따스하게 만져준다. 왠지모를 원기 회복이 느껴진다. 한 그릇의 식사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감사”그리고 “애도”를 하게 해준다.



맛깔스럽게 펼쳐진 밥상을 보고 달려들고 싶지만, 유진목 시인의 글처럼 허겁지겁 먹지 않기 동참하기 위해 다시 마음을 가담는다. 그리고 나는 밥상 앞에서 한 템포 낮추고 숨을 고르게 쉬고 천천히 밥을 먹고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이다. 밥 상 앞에서 갖게 되는 경건한 태도.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의식이다. 눈 앞에 차려진 음식에 오롯이 감사하고 의식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게걸스럽지 않음을 자각해야 한다. 밥상 위에 올려진 작은 세계, 누군가의 노동이 들어간 풍경, 생명들의 죽음이 펼쳐진 풍경을 보고 나의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 앞에서 애도라고 하면 오바스럽지만 그렇다고 허기만을 생각해 먹는 건 좀 어쩐지 불편하다. 어깨는 편안히 열고, 허리를 등받이에 딱 붙이고 천천히 먹는다. 까다로운 절차와 수고스러움이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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