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잡초의 노래

어느 건축가의 고뇌

by 헌화가

나는 건축가.


음식물 건축가~

여러 가지 음식을 제법 잘 쌓아 올리지.


일단,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로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따뜻한 밥 한술을 올린다. 고기한점 얹고, 각종 해산물로 여러 층을 쌓아본다. 그릇에 오색 나물을 모아놓고 야무지게 비벼~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더 높이 쌓은 후, 다양한 종류의 노릇노릇한 전을 다시 한번 포개어본다. 느끼함이 감지되면 탄산을 투입해 내부 압력을 조절한다.

'속이 뻥! 뚫리는구나~'

이대로 완전하다.

그러나 나의 욕심은 과감하게 증축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어야 하니 초콜릿이 듬뿍 묻어있는 달콤 쌉싸름한 과자를 떡하니 얹어본다.

앗차! 아이스크림으로 외장마감하는 것을 깜박할 뻔했군.


이번 설 연휴에도 어김없이 살이 찌고 말았다.

체중계를 끌어당겨 올라서보니 증축 후유증으로 2kg이 불어났다. 그래도 올해는 이만하면 선방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 튀어나온 배는 5kg을 거뜬히 찌운 것처럼 더부룩하고 불쾌하다.

몸이 이렇게 불편하면 적당히 먹으면 될 것을...

문제는 지금 글을 쓰며 먹고 있는 이 빵도 꿀맛이라는 것이다.

처음 빈 공터에 쌓아 올리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적정선을 넘기다 보면 몸이 갑갑하고 힘들어진다.

때로는 소화불량으로

"등을 두드려라!"

"팔을 주물러라!"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 열손가락을 따라! 마라!" 하며 난리부르스를 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픈 위장을 부여잡고 다짐한다.

'적당히 먹어야지... 배가 불러오면 냉정하게 숟가락을 딱! 놓으리라.'

그러나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안 된다.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

왜 안될까? 타고난 정신력의 문제인가? 설계도면의 문제인가? 나는 아직 배고프다던 히딩크인가? 나는 지금 배부르니 그럴리는 없고, 그렇다면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참말로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아 있는 것인가?

괴로우면 멈추는 것이 마땅하거늘 이놈의 입은 이기적이라, 배가 빵빵해서 괴로워해도 입맛에만 맞으면 멈출 줄 모른다.


저 멀리 마음들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에코 빵빵한 저음의 그 목소리.

"천지에는, 천지에는... 음과 양이 공존하듯이, 공존하듯이... 괴로움은 즐거움을 품고 있고 즐거움 또한 괴로움을 품고 있다네, 품고 있다네... 품고 있다네..."

그 순간, 살찐 잡초가 푸념 섞인 말대꾸를 한다.

"암요, 암요, 그렇구 말구요. 어휴, 이론상으로는 나도 알지요."

그러나 알면 뭐 하나, 나의 본능은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 밟아야 하는 브레이크를 극도로 밟기 싫어하는데. 이제껏 달려왔던 즐거운 길이 앞으로도 쭉- 펼쳐질 거라 생각하거나 괴로움이 품고 있는 아주 미세한 즐거움에 대한 미련 때문이리라. 바보 같은 그놈의 미련 때문이리라.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던 쪽으로 돌아서서 내가 왔던 길을 되짚어본다.

쌓아 올리고, 또 쌓아도 부족한듯해 다시 쌓고, 얹고, 포개어 올리면서도 불안해하던 수많은 것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배가 부를 때 저녁 한 끼 굶고 자면 다음날 아침이 얼마나 개운 했던가를.


"나 자신아! 냉장고 문 붙들고 게 섰지 말고 냉큼 이리 와 앉아보거라.

제발 좀 먹지 마라, 먹지 마라, 까먹지 마라.

세상에는 정성 들여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기쁨도 있지만, 적당히 덜어내고 비워내며 가볍게 살아가는 기쁨 또한 있다는 것을."

잡고 있던 냉장고 문을 살포시 닫아본다.

오늘은 불법증축금지!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