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든다.
연밥을 발견한 꽃들이 날아들고, 꽃밭을 발견한 나비 떼들이 이리저리 훨훨 날아든다.
치마를 둥둥 걷어 올리고, 햇볕에 검게 그을린 다리를 훤히 드러낸 처자들이 하나둘 질퍽질퍽한 못으로 걸어 들어간다.
푸른 연잎을 꺾어 머리에 툭 얹어 쓰고는 연밥 따러 들어간다.
연잎 사이사이를 헤치며 깊은 곳은 배 띄우고, 얕은 곳은 성큼성큼...
온 동네 처자들과 아낙들이 부지런히 연밥을 따러 공갈못에 들어간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진 자리에 그녀들이 여기저기 피어났다.
하나둘 모여든다.
총각들이 모여든다.
온 동네 사내들이 몰려온다.
얇은 모시적삼 흠뻑 젖어가며 부지런히 연밥 따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구경꾼이 속속들이 날아든다.
먹는 게 귀한 시절, 식용으로 쓰이고 약재로도 훌륭한 연밥을 얻기 위해, 그녀들은 공갈못에 연꽃대신 흩뿌려졌다.
"목청 한번 뽑아봐래이!"
사내들의 부추김에 목청 좋고 풍채 좋은 춘삼이는 노래 한 자락을 구성지게 뽑아 올린다.
[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밥 줄밥 내 따주마
우리 부모 모셔다오 ]
땀을 줄줄 흘리며 연밥을 따고 있는 열여섯 딸기 같은 어린 순정, 복례의 귀에 쏙 파고들었다.
[연바~아아압~ 주~우우울바아압~ 내~ 따아~주우~우우우마~ 아아아~]
'옴마야~ 연밥 줄밥 다 따준다꼬 지한테 오라꼬?'
춘삼이...
스쳐 지날 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렸던 춘삼이...
고생 고생 쌩고생만 하면서 살아온 엄마를 날 때부터 보아 왔건만, 복례는 왠지 자기만을 위해 주는 사내를 만나서 천년만년 오순도순 살 것만 같았다.
' 내가 가까?' ' 시집 확! 마 내가 가뿌까?'
열여섯 복례의 귀엔 마냥 설레는 구애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아침에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부뚜막에 서서 꽁보리밥 한 술을 찬물에 후딱 말아먹고 나왔다.
모진 잔소리에... 고된 노동에...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 모시고, 줄줄이 애 낳고 사는 나주댁의 귀엔 더 크게 들린다.
[ 우리~이~이이~ 부~우모~ 모셔다아오~]
"에라이! 거칠고 투박한 이 손으로 연밥! 줄밥! 이밥! 저밥!
싹 - 다 나가 따불텡께 너네 부모는 너나 모셔라이!
아이고! 징글징글 허다!"
[ 사앙주 하암창 공가알 모오오오옷에 에에에 연빠아압 따아는 저 처자아야 ]
오늘은 수요일.
상주 모심기 노래를 배우는 민요교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목청 좋은 춘삼이가 살아있고, 딸기 같은 복례가 살아있고, 멀리서 시집온 나주댁이 살아있는 그 시절의 공갈못에 착지했다.
달콤한 유혹에 '풍덩' 빠져 보았던 나이 든 나주댁은 그것이 품고 있는 쓰디쓴 맛의 고통을 알고 있지만, 그 맛을 모르는 어린 복례는 춘삼이의 달콤한 유혹에 '퐁당' 빠져버리겠지?
상주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우짤래? 우짤래?
총각을... 저 총각을 우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