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시골에 왔다. 오전엔 부모님 산소에 다녀와서 감자를 캤다. 감자도 캐고 화분의 흙갈이도 했다. 이상하게 내가 시골만 오면 비가 오는데 이번엔 어쩐 일로 하루 종일 햇살이 봄날 같아 마당에서 살았다.
점심을 먹고 알이 굵은 감자만 골라 작은 집에 갖다 드렸다. 시골 오면 항시 우리 집에 오시는 작은엄마가 안 오셔서 궁금하던 차였다. 몸살감기로 누워계신 작은 엄마는 이 겨울에 웬 감자냐며 무척 반기셨다.
난생 처음 감자 심은 얘기를 해드렸더니, 눈이 화등잔만 해져서는 반색하신다.
"농사일도 안 해본 것이 우째 늦감자 놓을 생각을 다 혔디야?" 요새 감자값이 금값이라며 뽀얀 감자를 보고 나만큼이나 좋아하셨다. 11월에 감자수확, 나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지난 8월, 반찬 해 먹고 남은 못난이 싹 난 감자를 버리려다 시골에 비어 있는 텃밭이 생각나 내려오면서 가져왔었다. 못난이 싹 난 감자를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텃밭에 이랑을 만들고 묻었다. 흙에 묻어 놓고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감자는 초봄에 심고 여름 절기 중 하나인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 해서 하지감자라고 알고 있어서다.
추석에 내려갔더니 군데군데 감자꽃이 피어 있었다. 찬바람 속 감자꽃이 하도 예뻐서 사진에 담아 뒀었다. 감자꽃이 저렇게 예쁜 줄 처음 알았다.
그러고 한 달 만에 왔다. 서리도 내리고 날이 추워졌다. 화분도 안으로 들이고 문풍지도 바를 겸 월동준비를 하러 와 감자 순을 한번 뽑아 봤다. 감자 순을 당기니 부슬부슬한 흙속에서 탐스런 감자가 줄줄이 달려 나왔다.
'와우, 감자다!'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 마음이 이런 걸까.
하얀 감자꽃이 피더니
파 보나 마나 포슬포슬한 하얀 감자다.
집에 가져가 쩌 먹고 졸여 먹고 튀겨 먹을 생각에 갑자기 횡재한 기분이다.
부슬부슬한 흙을 보자 또 흑심이 생겼다.
감자 캐낸 자리에 흙을 고르고 비료를 넣고 비닐을 씌웠다. 이번엔 코끼리 마늘을 심어볼 참이다. 코끼리 마늘은 어머님이 반찬에 넣어 먹으라며 보내 주셨다. 마늘 쪽이 하도 커서 키워보려고 아껴뒀다. 텃밭이 생기면서 뭐든 닥치는 대로 심어 보고픈 호기심도 커졌다.
구멍 숭숭 뚫린 자리에 마늘 한쪽씩 넣고 부슬부슬한 흙으로 구멍을 메워 주면서 다독거렸다. 심고 나니 또 욕심이 생긴다. 마늘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내년 봄 파릇 파릇하게 잘 자라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여름에 보랏빛 알리움 닮은 꽃까지 피워 준다면,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다 좋아진다. 마늘밭이라야 손바닥만 해 아이들 소꿉놀이 같지만 쳐다보고 있으니 왠지 뿌듯하고 내가 꽤 괜찮은 농부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