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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r 25. 2023

01   봄날



​봄날

장명흔

짓궂은 바람이

개나리울타리 올라 타

한바탕 분탕질하고

개구멍으로 빠져나와

뜰 앞 산수유 꽃망울에 대고

후후후 입김 불어

노란 꽃 팟, 팟, 팟 터트려 놓고​

그것도 성에 안 차 ​

이 층집 목련을 넘보려다

유리창가 서 있는 노인과

눈 딱 마주쳤네​

이번에는

차마 어쩌지 못하고

가시눈으로 실컷 째려보다

댓 발 나와선

털레털레 모퉁이 돌아가는 꼴이라니

 

숨죽이고 있던 목련

그제야 하르르 하르르  하르르

노인의 게슴츠레한 눈길 속으로

봄날 하루가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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