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옛날에 살았던 아파트 뒷길이며 그때 자주 오르내렸던 산둘레길을 걸었다.산책로는 그대 론데 산 초입부터 너무 많이 변해 익숙하면서도 참 낯설었다.모처럼 갔으니 그리 급할 것도 없고 오랜만에 와 보는 길이어서 쉬엄쉬엄 걸었다. 걷고 걸으니 이쪽에서 10년 남짓 살면서 아웅다웅했던 옛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가운데 삶의 편린 같은 이 시가 떠올랐다. 생도 미완성인 것처럼 이 시도 맘에 안 차 서랍 속에 넣어뒀다가 어느 순간엔 버리려 했다가 무슨 미련이 남아 선지 도로 먼지속에 내쳐 두었었는데, 이렇게 꺼내 햇빛 쬐어줄 날이 올 줄이야. 삶이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