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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Apr 04. 2023

03   할미꽃

 할미꽃

장명흔


*"신설동에서 청량리역"을 거쳐온

할머니들

양지바른 뜰에

모여

두런두런

헤실헤실  아지랑이처럼 웃다가

아른아른

유모차 밀고 오는

애기엄마에게로 향한다


젊었을 적  아기 안고 젖 물리던  때로

갔다가 돌아온 듯

해낙낙하는데

할머니 한 분

우물우물하는 말

아장아장 걸어서

이녁들 죽기에도

딱 좋은 날이네



*신설동에서 청량리역 *

유자효 시인의 시 '인생'에서 빌려옴.


꽃이름 때문인지 할미꽃을 보면 마음이 내려앉으면서 고요해진다. 아주 오랜 옛날 보라색 빌로드 한복을 즐겨 입으셨던 할머니 생각도 나면서  굽이굽이 삶의 모퉁이를 돌아오셔서  어느 봄날 하루 봄마중 나온  할미꽃을 보면  애잔해져 바짝 다가가 보풀보풀 아무 말이나 걸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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