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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장명흔
Mar 23. 2023
01 배 밖으로 나온 씨를 다 어쩐담.
연필그림일기
'
배 밖으로 나온
씨를
다
어쩐담
.
그렇다고
씨를 생략하면 딸기가 딸기답지 않을 거고.
'
딸이
사 온 딸
기를 앞에 두고
그려 보려
하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난감해
혼자
중얼중얼하
는데
작은 녀석이
옆에
와 도와준답시고
한 마디 거든다.
"
무조건
똑같게
그리려 하지
말고
그냥
엄마식? 대로
한번
그려 보셔"
"
내
식?
"
"그래.
그냥
생각대로 자유롭게."
참, 녀석
하는 말이라니.
녀석은 장차 그래픽노블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녀석 눈에 딸기정도야 식은 죽 먹기일테지만
드로잉
초보인 내
게는
그 자유롭게라는
말이
선
뜻
와닿지
않는다.
그래
.
이것도 내 식이다.
딸기를
자세히
봐야
딸기가 보이지.
풀꽃도 자세히 봐야 예쁜 것처럼,
왠지
그림
초보는
그래야
할 거
같고
그게 좋아하는 딸기에 대한
예의지
싶
다.
4B연필을 쥐고
그리고
,
지우고
,
다시
그린다
.
풍경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깟 딸기 몇 알
하며
쉽게
봤는데
결코
쉽지 않다. 이
게 뭐라고 밥 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다행히 집엔 작은 녀석만 있어 저녁은
적당히
라면으로
때웠다.
대충 완성된 딸기
모양
을
면봉으로
문질문질
해
준
다.
신기하다
.
면봉이
지나가니
젖살
오른 아이처럼
과육 느낌이
나
제법
딸기답
다.
이번에도
면봉이
열일했네.
면봉은
유치원 아이들
수업
에도
자주
쓰인다.
면봉을
여러 개 묶어
물감 찍기를 하거나
꽃이나
나뭇잎을
표현할 때도
요긴하고
아이들도
놀이처럼 좋아한다.
"
오, 잘 그렸네! 씨 느낌이 살아
있어
!
"
언제 왔는지 내 뒤에
서 있던
녀석의
립서비스에
갑자기
박하사탕을
먹
은 듯
환해지면서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작가가 생각났다.
<식물산책>을 출간한 이소영 작가는 식
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밀도 있게
잘
그리기로
유명한
작가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
는
딸기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딸기 한
알에 박힌
씨를
일일
이
다 세 봤
고
그
씨가
무려
200
개가
넘는다는
걸 알았단다.
그 얘길 듣고
관찰력이
대단하단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론
씨가 배 밖으로 나온
딸
기를
보면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이소영 작가가
떠오르곤
한다.
이렇게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코로나
때문이다. 아니,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혼자 놀이로
혼자
무턱대고
마냥
그렸다.
지금 생각하니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것도 다
연필을 무지 좋아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연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내가
그린 딸기
그림에서
딸기 느낌이
나다니.
keyword
딸기
연필
생각대로
장명흔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읽고, 쓰고, 그리는 순간이 모여 꽤 괜찮은 인생이 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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