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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r 30. 2023

02   3월에 지는 목련이 아쉬워

꽃에 홀려 지낸 3월도 다 간다. 오은 시인은 열두 달을 노래한 '1년'이란 시에서 3월에는 가방이 사고 싶다고 했다. 시인은 가방 하나 들고 어디 멀리 봄꽃 여행이라도 가뿐히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3월이면 나는 꽃을 사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화원 앞을  기웃거린다. 맘 같아선  

꽃베고니아도 사고, 프리지어도 사고, 카랑코에도 사고, 호접란도 사고, 꽃기린도 사고, 천리향도 사고, 사고, 사다..., 아예 꽃집 주인이 되고 싶어지는 3월이 꽃 속에서 이웃뚱,  기울고 있다.

꽃, 꽃, 꽃 하는 사이 어물쩍  3월도 가고, 어느새 4월이 코앞이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올해는 목련이 3월에 다 피어버렸다.

산수유 피고

개나리 피고 진 다음 목련인데

뭣이 급한지 올봄엔 벚꽃까지 한꺼번에 다 피었다.


4월이면 우아하게 피어나는 목련을 보며

'목련꽃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3월에

목련 꽃이 지고 있다.

터지기 전 목련은 고고한 학같고

지고 난 목련은 패잔병처럼 처참하게 구겨지고 구겨진다.

목련꽃이 피면 4월이 오고

목련꽃 지면 5월 온다는데,


세상에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따로 없다더니

시절이 하 수상하니 꽃들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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