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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Apr 16. 2023

03   김밥


'저녁에 뭘 먹지?'


고기 밝히는 두 애들은 저녁 늦게야 들어올 것이고

집엔 나랑 짝꿍 달랑 둘이다.

만날 바깥 밥 먹는 짝꿍은 아무렇지  않게 있는 대로 먹잔다.

냉장고를 털었다.


달걀, 당근, 양파, 엊그제 사놓고 깜빡한 시금치를 본 순간 앞뒤 잴 것도 없이 그래. 오늘 저녁은 김밥이다.

 아쉬운 것이 약방의 감초격인 단무지, 햄, 맛살이 빠졌다. 

 이것만으로 맛이 날까.


할 수 없지 뭐. , 참, 쌈무도 있고 김치도 있었네.

썰고, 볶고, 데치고. 부치고, 무치니 재료준비 끝,

김밥 몇 줄 싸는데도 이리 손이 많이 가니 사 먹을 밖에.

나 혼자 구시렁거리는 소릴 들었던지

짝꿍왈 그래도 개운 하기론 집 김밥을 못 따라간다나 어쩐다나.

거두절미하고 재료 다 집어넣고 도르르 말아 김밥 다섯 줄을 다.


두 줄은 집 나간 애들 몫으로 남겨 놓고 둘이 앉아서 슴슴한 된장국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고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마셨다.  쌈무를 넣은 것과 묵은지를 넣은 김밥이 생각보다 계미 있었다. 


김밥을 먹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 맛의 아이러니. 흙내 특유의 당근 향과 풋내 그득한 시금치,를 비롯해 오늘은 빠졌지만 인공 가미된  햄이나 맛살등 태생도 식감도 다 다른 속재료가  따로 놀 것 같으면서도 한데 뭉치면 어느 것 하나 겉돌지 않고 이 맛 저 맛이 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적 케미를 이룬다.


김밥이 꼭 우리 그림책 동아리 같다.

 나이, 외모, 성격, 취향이 각자 다르지만 그림책  안에 모이김밥 속 재료들처럼 한데 어우러져 그 어떤 동아리 보다 멋진 화합을 보여주는 샘들이 생각나고 샘들한테 이 얘기를 흘리면 다들 어떤 표정일지를 상상하며 혼자 실실 웃는다.


어제 싼 김밥은 시장해서 미처 사진도 안 찍고 먹어버려서 예전 김밥 사진과 그리으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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