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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Apr 19. 2023

 04   순하고 섬세해지기를

카네이션에  꽂혀

연필을 들고 끝이 삐죽삐죽한 분홍 꽃잎들을

보고 있으니 코끝으로 카네이션 향기가 온다.

연필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순간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꽃 아저씨의 많은 화초들 중 분홍 카네이션

꽃 앞에 쭈그려 앉아 있던 순간,

카네이션의 포인트는

톱니 같은 꽃잎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걷다 보면 부쩍  눈에 띄는

아이가 강아지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

산책로의 수양버들가지가 바람을 받아들이며

순하게 수런대는 찰나,

귀밑머리를 지나가는 바람이

물 위를 통과하면 어룽지는 물무늬처럼

순간순간들이 나를 맑히고 맑힌다는 것,


연필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러저러한 순간들로 하여금

모나고 각을 세우던 마음이 조금은 순하고 섬세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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