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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Sep 21. 2023

01   반딧불이

"늦은 밤, 베란다에 나가 바로 앞 동 아파트를 보면 반딧불이 깜빡깜빡 점멸하는 게 보인다. 청정 지역도 아닌 이곳에 반딧불이가 서식할 리 없으니, 그것이 곧 가장들이 피우는 담배 불빛임을 깨닫게 된다. 가장들은 행여 자식들이 볼까, 베란다에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어두운 아파트단지를 무연히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운다. 모두 각자 쓸쓸한 도깨비불이 되어, 깜빡깜빡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조난 신호라도 보내듯, 천천히 담배를 피운다. 이제는 쉬이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도깨비 불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가장들은 도깨비들의 존재를 믿지 않은 아이들의 눈치를 봐가며 베란다로 쫓겨나와 있다. 모두 어린 시절 잡히지 않는 도깨비 불을 좇아 허방 같은 어둠을 헤매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이제 도깨비 불이 되어 스스로를 태우고 있다."

 (이기호의 '반딧불이'중에서)




일상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저녁에 하는 독서다. 독서는 혼자 오롯히 즐기는 산책같다.   예전엔 친구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책읽기'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다.  잘난 척 한다고 할까 봐서였다.

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다. 반백 년  훌쩍 넘었으니 나의 이런 척을 친구들도 좀 봐 주지 않을까. 독서는 인생의 성공 가도의 지름길을 알려 주진 않지만 살아가는데 여여한 재미를 줘 삶을 윤택하게 하 건 틀림 없다. 그래서 <저녁의 문장> 이라는 대문을 달고 거기에  반딧불이 같은  문장들을  걸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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