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해외의 유명소금과 천일염

이하나 작가

한국인이 오해하는 소금의 진실 중 하나가 소금은 바다에서 난다는 것이다. 그로 그럴 것이 우리에게 천일염은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익숙한 천일염은 특별한 몇 개 국가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천혜의 자연, 오염되지 않은 바다, 충분한 일조량을 제공해주는 햇빛, 적당한 바람, 그리고 염전을 지키고 소금을 생산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수입하는 소금을 살펴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한국이 소금을 수입할 수 있는 나라는 뉴질랜드, 독일, 멕시코, 베트남,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태국, 프랑스, 호주, 파키스탄, 인도, 북한, 키리바시공화국, 중국, 캄보디아, 미국, 스페인, 스리랑카, 페루,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 23개국이다. 북한은 수입통계가 없다. 미국, 칠레, 몽골, 파키스탄, 중국, 오스트리아, 이란, 볼리비아, 독일, 러시아는 암염을 수출한다.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은 호수염이고, 스페인과 터키는 지하수염이다.


미국과 중국은 천일염과 암염을 동시 생산하고, 스페인은 천일염과 지하수염을 같이 생산한다. 파키스탄은 암염과 호수염이며, 이스라엘은 천일염과 호수염이 공존한다. 사실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소금의 70%는 암염이다. 암염은 말그대로 돌에서 채취한 소금이다.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이 걸린다는 암염층은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 육지가 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암염층은 파키스탄의 케우라(Khewra) 소금 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나온 소금이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다.


6편_01.jpg 파키스탄 케우라 소금광산 (Guide to Pakistan)


케우라 광산은 파키스탄 젤룸 지역에 있다. 먼 옛날 파키스탄과 히말라야 산맥이 바다였다는 증거라고 한다. 5천만 년 전,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할 때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 테티스해가 있었다. 이 두 판이 충돌하면서 산맥이 생겼는데 히말라야 산맥에서는 지금도 조개나 산호 등의 바다 생물의 화석이 발견된다.


기원전 326년 경, 마케도니아에서 출발한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군은 인도 연합군과 히다스페스 전투를 벌인다. 알렉산더의 군사들은 풍토병으로 고생했으나 부대의 지쳐있던 말들은 군사들보다 기력이 좋았다. 사람은 시름시름 앓아가는데 말은 건강한 것을 기이하게 여겼던 이들은 말이 바다에 굴러다니는 돌과 바위를 핥아대는 것을 발견한다. 말이 먹었던 것이 바로 소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암염을 핥아 돌에 섞인 소금을 먹고 영양 균형을 유지한 것이다. 이곳의 소금이 무역에 활용된 것은 16세기 무굴제국 무렵이다. 이 부근에는 소금덩이가 굴러다닌다.


파키스탄 암염소금은 2000년대 이후 한국에 수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소금이 ‘히말라야 크리스탈 소금’이라는 명칭으로 유통되다 적발되었다. 2021년 우후죽순으로 수입되는 파키스탄 소금에 대해서 식약처가 전수조사를 한 적 있고, 이후에도 식품위생 검사를 받도록 경고하고 있다. 돌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게 상상하기 어렵다면 찜질방에 있는 소금방을 떠올리면 된다. 보통의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있는 소금방은 벽면에 암염으로 만든 벽돌을 붙이거나 장식을 해두었다. 색깔이 있는 것은 불순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과 같이 소금광산이 있는 곳에서는 암염으로 램프와 같은 장식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파키스탄 부근인 히말라야와 인도 북부에서 채굴한 암염을 도자기 항아리에 넣고 24시간동안 가마에 굽는다. 이 과정에서 천연 황산염이 황화수소와 황하철로 변환되어 유황냄새와 달걀 맛이 난다고 하는데, 삶은 달걀 향을 내는 요리에도 쓰인다. 이 소금은 검은색을 띠어 블랙솔트라고 부른다. 일종의 가공염인 셈이다. 핑크색이 도는 파키스탄 소금과 달리 파란색을 띄는 페르시안 블루솔트도 유명하다. 이란 샘난(semnan)주의 사막지대의 고대 암염층에서 나온다. 소금이 청색에서 코발트색을 띄고 있다. 색깔이 파란 이유는 마그네슘 때문이라고 한다. 희귀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고가에 판매된다.


터키에서 나는 아나톨리아 암염(Anatolian rock salt), 또는 잔크르(Çankırı) 소금도 잘 알려져있다. 터키의 잔크르 마을 인근 지하 소금광산에서 나온다. 광산은 약 5억 년쯤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혀 정제되지 않은 천연 상태의 소금이라 한다. 투명한 흰색으로 인기가 좋다.


6편_02.jpg 프랑스 게랑드 소금_플뢰르 드 셀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해외 소금은 프랑스의 게랑드(Sel de Guerande) 소금이다. 게랑드 소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최상급 플뢰르 드 셀(sel de Guérande)은 바다소금의 윗층으로 소금의 꽃이라고도 한다. 게랑드 소금이 침전하고 그 위에 뜬 소금이다. 한국의 신안에서도 플뢰르 드 셀을 채취한 적은 있으나 생산과정이 까다로워 소량만 채취 가능하다. 사실상 맛이나 영양분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


셀 그리(Sel Gris)라 부르는 게랑드 소금은 회색빛이 돈다. 미네랄이 많고 결정이 거칠다. 이 소금이 회색빛을 띄는 것은 미세한 점토 퇴적물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이것을 정제해 백색이 나올 때까지 세척했겠지만 프랑스는 자연 그대로 둔다. 천연 상태인 것은 한국 천일염과 같지만 고가에 팔린다. 게랑드 소금은 브랜드 전략으로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어왔지만 한국의 소금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국민이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정책 탓이 크다.


인터넷에서 게랑드 소금 후기를 검색해보면 검은색 침전물이 바닥에 깔려 불쾌하다는 얘기가 있다. 진흙에서 다져 만드는 소금이라 침전물이 일부 섞인다. 보통의 소금보다 단맛이 난다고도 하는데 이는 모든 천일염이 가지고 있는 공통 특성이다.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소금은 쓴맛이 나고, 이것으로 배추를 절이면 숨이 완전히 죽어버린다. 중국산 소금으로 김장을 하면 쓴맛이 나고 배추가 무른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그네슘 함량이 높고 요오드 성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보통 소비자들은 일반 마트에서 국내산 기업이 파는 소금이 모두 국산 천일염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정제염도 섞여 있고, 수입소금과 국산 천일염을 일부 섞어 포장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표기를 잘 살펴서 원하는 소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6편_03.png 영국 몰든 소금 생산지



최근에는 영국산 몰든(Maldon) 소금이 많이 유통된다. 영국 엑세스 주(Essex)의 해안도시 몰든에서 생산한다. 이 작은 마을에는 바다와 이어진 블랙워터라는 강이 있다. 이 부근에서 소금을 생산하는데, 그 결정이 피라미드 형이라는 것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일종의 고급화 전략인 것이다. 몰드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고 결정을 플레이크 형태로 만든다.


게랑드 소금이나 몰든 소금은 유명인사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염장식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프랑스나 영국은 소금을 육류 가공이나 피클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한국은 각종 장류, 젓갈, 특히 김치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소금이 없다면 식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우리도 천일염을 고급화할 수 있을까. 하늘과 바다가 내린 천혜의 선물 천일염, 고급화 전략을 통해 국내 소비자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금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참고문헌/사진 자료


관세법령정보포털(https://unipass.customs.go.kr/clip/index.do)

영국 몰든 소금 홈페이지

싱가폴 프랭키닷컴(https://flaky.com.sg/)

KDI 경제교육 정보센터(https://www.masterclass.com/)

EBS 골라듄 다큐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작가의 이전글05. 태평염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