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한국의 소금정책

이하나 작가

한반도는 지질학적 조건으로 인해 암염층이 발달하지 않아 암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변성암이 주를 이루는 데다가 여름에 비가 많아 소금층이 오랫동안 퇴적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금은 모두 바다로부터 얻는다. 암염은 채굴과정에서 광물이 포함될 수 있지만 식용으로 사용하려면 당연히 채굴과정을 거친 뒤 깨끗하게 정제해야 한다. 바닷물 역시 중금속, 미세플라스틱의 우려가 있으나 청정 바다에서 소금을 생산하고 생산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한 건 각 국가의 위생기준이다. 한국은 소금을 식품으로 규정한 뒤 불순물과 오염물질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식품으로 유통할 수 없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라 소금이 충분히 생산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천일염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10%에 불과하다. 국내 천일염은 신안군에서 70%이상 생산된다. 신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이며, 갯벌 천일염 세계 생산량 중 85%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 생산량은 전세계 소금 생산량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소금을 만드는 염전 자체의 면적도 줄어들었고, 소금가격의 저평가, 고된 노동과 염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대를 잇지 못하고 있다. 해방 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한국 염전만의 특별한 역사와 기술은 그 맥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한국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 전 세계 어떤 소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천일염전을 지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 염전은 자연문화적 자산가치를 갖고 있다. 청정해역을 유지해야만 좋은 소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염전은 소금생산뿐 아니라 갯벌과 서해안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2009년 신안 증도는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2011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받았다.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50년간 소금을 생산해 온 박형기 장인은 “우리는 하늘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천일염은 인공적 개입이 가장 적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산물이다. 오직 바다와 갯벌, 태양과 바람으로만 만드는 소금이 천일염전이다.


브런치_7편.jpg 1975년 군자염전 소금창고_시흥시



2008년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천일염은 광물에서 식품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나 이에 대한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해방 직후 비금도에서 첫 민간염전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소금기술자를 길러내는 ’소금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기술전수에 어떤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비가 내리면 염도가 낮아지고 소금이 형성되는 시간도 달라진다. 바다의 상태, 기후, 바람과 태양의 역할에 따라 그때그때 소금의 맛도 달라진다. 소금을 깨끗하게 정제하는 기간과 과정도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만 보고 사는’ 염전 기술자의 감각이다.


현재 한국에 수입되는 소금은 종류별로 다양한데 그 중 식염은 기본 세율이 8%이지만 대부분 FTA를 협정을 통해 거의 무관세로 들어온다. 특히 한국에 많이 수입되는 호주, 캐나다, 미국의 경우 관세는 0%, 중국산 소금은 3.6%를 적용 받는다. 한국정부는 ‘소금산업진흥법’에 의해 5년마다 소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천일염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소금의 70%가 천일염이다. 하지만 날씨와 환경에 따라 소금의 생산량은 유동적이고, 그에 따라 소금값도 달라진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때, 소금이 귀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소금값이 잠시 폭등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소금값은 언제나 오르락 내리락 한다. 가격변동성이 큰 상품이다.


브런치_7편_00.jpg 태평염전 풍경_photo by 박여선 작가


국내에서 사용되는 소금은 2021년도 기준으로 식용이 17.7%이고, 비식용이 82.3%에 달한다. 비식염은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전체 시장규모는 약 5천억원 이상인데 국산이 2천 800억원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수입이 2천 600억원가량의 시장을 차지한다. 천일염은 바다와 갯벌에서 사람이 만든다는 이유로 오염과 위생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염전에서는 친환경 장판이나 타일을 까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국가 전체의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줄어들어 자동화 시스템이 시급하지만 염분이 가득한 갯벌에서 기계 설비를 갖추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소금 생산에 사용하는 자동화과정은 한정적이다. 이처럼 들이는 공수에 비해 생산량과 가격이 낮다 보니 염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브런치_7편_01.jpg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소금 상품_photo by 박여선 작가


게랑드 소금은 1972년 천일염생산자협동조합을 설립해 소금저장창고등을 공동 사용하고, 중대형 수퍼마켓이나 고급 식품점, 유기농 전문점을 통해 유통판매도 하고 있다. 생산 지역별로 통합브랜드를 개발해 공동판매하며, 친환경 생태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다. 무엇보다 생산자조합이 조합을 형성해 유통망을 장악한 것이 큰 힘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는 1970년대에 이미 생물학, 생태학적 관점에서 갯벌의 천일염전을 연구하고 생태학적 연구를 완성했다. 한국은 이러한 연구가 거의 없다.


한국의 염전은 아주 작은 규모로 개인이 운영하는 것부터 대규모로 태평염전처럼 운영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생산 후 농협이나 주산지의 상인을 거치고, 전국의 도매상과 농협을 한 차례 더 거친 뒤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구조다. 이처럼 유통단계가 복잡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생산자보다 유통업자가 더 이득을 보게 된다. 유통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의 소금이 2009년에 이르러서야 식품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또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990년대 후반에는 염전을 차츰 폐쇄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로 인해 많은 염전이 새우양식장이 되었다가 지금은 태양광 발전지가 되고 있다.


도시개발로 인한 염전감소도 한국의 소금산업의 쇠퇴를 가져왔다. 한국의 첫 염전은 인천 주안지역에 있었으며 현재의 남동공단 자리와 소래포구 인근 등 수도권 부근의 염전이 많았다. 인천과 경기지역의 염전은 공단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지로, 공항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신안과 전남지역에 염전이 남아있는 것은 ‘땅값이 싸기 때문’이다.


소금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이자 식품산업의 기반이다. 농업이 식량주권 측면에서 중요하다면 소금 또한 그러하다. 1990년대의 폐염전 정책은 지금 평가해보면 큰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략산업으로 육성했어야 한다. 우리 삶에 필수적인 소금을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때 가서 되살리려면 크나큰 사회적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소금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것을 촉구한다.




※ 참고문헌/서적


관세법령정보포털(https://unipass.customs.go.kr/clip/index.do)

식약일보 2023.9.18. 소금자급률 10%, 전 세계 생산량 0.1%

영국 몰든 소금 홈페이지

싱가폴 프랭키닷컴(https://flaky.com.sg/)

KDI 경제교육 정보센터(https://www.masterclass.com/ )

2023년도 소금산업 발전 시행계획 – 해양수산부

천일염산업발전방안(제2차 소금산업진흥 기본계획) - 해양수산부

2024 한국해양환경조사연보

태평염전 홈페이지

천일염과 암염의 특성비교 (박원종, 2019)

천일염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비교분석 – 2005년에 대한 2010년의 비교 - (최정훈, 고두갑, 2016)

천일염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0)

천일염의 생산과정과 유통체계, 그리고 정부정책 (박정석,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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