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작가
장인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영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 어떤 분야에서 그 기능이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한다. 나는 그 장인을 신안군 증도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025년 8월 8일(금) 오후 소금항 카페에서 최보남 소금장인을 만났다.
바람과 햇빛이 주는 선물
그을린 얼굴에 다부진 체격. 소설 <임꺽정>이나 <장길산>에 나올 법한 기상을 가졌다.
1972년 생이니까 올해 쉰셋의 최보남 장인은 2013년부터 염전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조선소, 태평소금 등에서 2년여 노동자로 일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염전 일을 하게 된 것일까.
“이 섬에 일하러 온 게 인연이 돼 (염전을) 시작을 했지요. 전에는 조선 하청업체에서도 일했지요. 목포나 영암 조선소, 튜브 용접도 좀 하고.”
염전은 1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태평염전 대표와 소금장인과 염전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다. 어떤 기준과 조건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좀 불성실하다거나 소금을 깨끗이 안 낸다든가 소금 양이 적다든가 하면 경고 조치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게 반복되거나 누적되면 계약을 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드무니까 거의 재계약을 합니다.”
태평염전의 소금장인은 모두 19명. 이곳에서는 소금 일을 하는 사람을 ‘장인’이라 부른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진 일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자영업자이자 노동자인 이들은 어떻게 하루 일을 하는 것일까.
“임차인은 모두 19명 정도됩니다. 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데, 새벽부터 하는 사람,
오후 5시부터 하는 사람, 밤부터 새벽까지 하는 사람…다양해요. 아무래도 날이 더우니까 피해서 하는 거지요.”
소금은 5월부터 시작해 10월 15일에 끝난다. 9월부터는 점차 수확량이 줄어들다가 10월 15일에 마치는 것이다. 19인의 장인은 저마다 일하는 방식도 생산량도 다르다. 최보남 장인은 자신을 ‘중간 레벨’이라 평한다.
“저는 중간 정도 합니다. 아무래도 평생 하신 분들은 노하우가 다르지요.
저는 딱 중간 레벨 정도예요.”
예전부터 소금 일은 고되고 힘든 일로 알려져왔다.
그런데 19명 소금장인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모든 업종이 다 장단점이 있잖아요. 이 일은 일단 출퇴근이 자유롭고 6~7개월 일하고 4~5개월 쉽니다. 일을 잘한다 못한다 잔소리하는 상사도 없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웬만한 직장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 염전이라는 게 은퇴가 없잖아요.
체력이 되는 한 오래 할 수 있지요. 단점이라면 너무 덥고 햇빛이 따가워서,
보시다시피 피부도 많이 그을리고. 또 소금값이 불안정한 게 큰 고충이죠.”
천일염 생산은 전적으로 자연에 의존한다. 햇빛과 바람, 갯벌과 바닷물의 상태에 따라 소금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천일염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염전의 크기를 재는 단위가 ‘판’이다.
1판은 3~5ha, 즉 3만m2(9,075평)~5만m2( 15,125평)이다.
최 장인은 1만 2천여 평의 염전을 관리한다고 한다. 엄청난 면적이다.
소금을 보는 불편한 시선
“힘들긴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기계화가 많이 돼서 좀 낫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장인어른이 도와주시고, 아주 바쁠 때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씁니다.
아무래도 여러 나라에서 오니까 소통이 어려워서 경험자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1만2천 평이면 굉장히 넓은 땅인데, 여기에 저수지가 8천 평쯤 되고, 증발지가 2천 평,
결정지가 2천 평쯤 됩니다. 소금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넘기면서 하니까 할 만합니다. 오늘 1천 평, 내일 1천 평 식으로, 아니면 오늘 700평 내일 700평 모레 700평
이렇게 나눠서 하니까 할 만한 거지요.”
염전은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구성된다. 저수지는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해수를 가둔다.
저장된 해수는 수로를 통해 증발지로 이동하고 햇볕과 바람으로 건조해 염도를 높인다.
그는 염전 일을 13년 동안 해왔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그동안 변화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라고 하면, 천일염이 광물로 분류되다가 식염으로 인정 받은 게 하나 있고, 염전이 태양광으로 바뀌기 시작한 게 있네요. 염전을 폐업하고 새우양식장으로 바꾸거나 태양광 사업으로 전환한 곳이 6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1963년 염관리법 제정 천일염은 불순물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광물로 분류되었고, 1992년 식품공전에서 제외되었다. 2005년부터 1년간 천일염에 대한 정밀분석을 하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에 2008년 염관리법 개정으로 식품으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염전을 그렇게 폐업하면 소금 공급량이 부족해지지는 않을까.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우리나라는 소금을 많이 수입합니다. 수입을 덜하면 천일염 가격이
오를 텐데 그게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정제염은 바닷물로 만드는 줄 아는데, 그것만으로는
안되고 수입 소금을 녹여 섞습니다. 그러니까 소금 수입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천일염보다
정제염이 더 싸지 않습니까.”
소금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있다. 소금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 천일염엔 불순물이 많다.
그는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쌀, 고추 등 우리가 먹는 농산물도 재배 과정에서 다양한 외부 요인을 거칩니다.
하지만 철저한 관리와 안전 기준 속에서 우리의 식탁에 오르지 않습니까,
천일염 역시 바닷물에서 얻는 자연 식품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요소가 섞일 수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안전한 식재료입니다. 어떤 식품이든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소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일염과 정제염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쉽게 말하자면 김장할 때 쓰는 소금은 천일염이고 꽃소금은 정제염이다. 천일염은 적당히 간수를 빼면 단맛이 돌고, 정제염은 짠맛이 특징이다.
“천일염은 햇빛과 바람으로 만들고 정제염은 공장에서 화학적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쓰임이 다른 거지요.
우리 식생활에 필수적인 된장, 고추장, 간장이나 젓갈, 김치 담글 때는 발효가 잘되는 천일염이 좋고,
라면이나 과자처럼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하는 먹거리는 정제염이 쓰이기도 합니다,
사용 용도에 맞게 소금을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신안 천일임은 감칠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천일염은 짠맛과 단맛, 쓴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세계적 수준의 소금, 천일염
천일염은 크게 장판염과 토판염으로 나눈다. 타일을 까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최 장인은 장판염을 한다.
혹시 장판이라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소금에 섞이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염전에서 사용하는 바닥재는 PP(Polypropylene) 성분이다.
PVC(Polyvinyl Chloride) 즉 폴리염화비닐은 아니다. PP(폴리프로필렌) 흔히 전자레인지 용기나
유아용 젖병을 만드는 소재로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이다.
또한 태평염전이 사용하는 친환경 바닥재의 PP(폴리프로필렌) 함유량은 0.1 % 미만으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제 25조를 준용해서 품질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저는 장판염(친환경 바닥제)을 합니다만 태평염전에도 토판염 하는 분이 있어요.
토판염은 흙을 다져서 하니까 색깔이 좀 누렇고, 뻘도 좀 섞여 나오기도 하지만,
장판염 보다 토판염이 더 비싸게 팔립니다. (왜 그럴까) 토판염에 미네랄 성분이 더 많다고 하니까,
게랑드 소금도 토판염이잖아요.”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꼽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 언젠가 게랑드 소금과 태평염전 소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태평염전 소금이 미네랄이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천일염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토록 좋다는 토판염을 많이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공정이 까다롭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토판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너도나도 하려고 하겠지요. 바닥에 흙을 깔든 장판이나
타일 등 어떤 재료를 쓰더라도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소금에 섞여 그대로 소비자에게 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워낙 미량이고, 금속 검사,
방사능 검사, 불순물 검사를 다 거쳐서 제품화 합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저는 가족 구성원이 다섯 명인데, 제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제가 생산한 소금을 먹습니다.”
소금값은 해마다 다르다. 소출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많으면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농사와
비슷하다. 그래서 소금농사라고 하지 않는가. 쌀도 소금도 하늘만 바라보고 산다.
“몇 년 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때문에 소금 파동이 있었잖아요.
그때 사재기 여파도 있고,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타격이 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높은 산이 있으면 낮은 산이 있고, 낮은 산이 있으면 높은 산이 있고.
소금업이라는 게 1년에 한두 번만 잘 팔아도 회복도 되니까 별로 걱정은 안합니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비 예보가 떴다. 최 장인은 하루 전에 이미 염수를 해수창고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내일 많은 비가 내린다니까 염전에 가서 전기 확인하고 차단기 내려놓고 바람에 날릴 것도
정리해 두고 해야지요.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부에서 소금 수입을 좀 줄여줬으면 합니다.
그래야 천일염을 포기하지 않고 생산할 수 있습니다.
천일염이 사라지면 우리 식생활도 무너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