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작가
박연수 소금장인은 공무원 출신이다. 1963년생으로 2009년까지 기상청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 소금 생산자의 길로 들어섰다. 기상청에 있을 때, 서울 제주 인천 강원 안 가본 데가 없다고 한다. 명예퇴직 후 2009년 임자도에서 처음 소금 일을 시작했다. 소금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는 만큼 기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권교육을 막 마치고 온 박 장인을 2025년 8월 8일 오후 소금항 카페에서 만났다.
‘소금학교’가 필요하다
박 장인은 2014년 신안 증도 태평염전과 인연을 맺었다. 140만평에 달하는 태평염전은 단일염전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전체 천일염의 약 8%를 생산한다. 그는 염전 세 판을 관리한다. 최보남 장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1판은 3~5ha, 즉 3만m2(9,075평)~5만m2( 15125평)이다. 3판이면 거의 5만여 평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이토록 큰 면적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그는 형제들을 불러들였고, 함께 염전을 운영한다.
“처음엔 그냥 심심풀이로 해도 되겠다. 해서 시작했는데 웬걸 막상 해보니까 만만치 않더라고요
저는 소금을 좀 크게 합니다. 가족끼리 하는데, 일이 생각처럼 안될 때가 많습니다.
요새 기후가 복잡하고, 비도 많이 내리고, 소금은 100% 기후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생산이 불안정하고 가격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는 기상 전문가답게 기후 얘기부터 시작했다. 이어 그가 언급한 것은 천일염의 가치이다.
소비자들이 천일염에 대해 잘 모르고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이다.
“천일염은 좋은 점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천일염은 우리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데, 마치 건강하지 않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천일염에 대한
올바른 내용이 잘 알려지면 좋겠고, 우리와 같은 소금 생산자 말에도 귀 기울여 주면 좋겠어요”
그 다음 그가 언급한 것은 세금에 대한 불평이었다. 2008년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변경되었는데, 이 무렵 그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였다. 그때부터 매출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었는데 그가 보기에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참 세금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후 그가 말한 것은 뜻밖에도 ‘깨달음’이었다.
“소금이 참 재미있어요.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인데, 자연에는 다 소금이 녹아 있구나, 그래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물과 공기가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소금도 그렇습니다. 물과 공기는 만들지 않아도 공짜로 마실 수 있지만 소금은 사람이 만들어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 소금을 내 손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소금이 있어야 대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은 공기 중에도, 땅 속에도, 물에도 있다. 짐승이 바위를 핥거나 염분 있는 웅덩이를 찾는 것은 소금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야생에서 인간도 동물과 같은 방식으로 소금을 섭취했을 것이다. 문명시대의 인류는 바닷물을 끓이거나 암염을 캐거나 바람과 햇빛에 말려 소금을 얻는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굉장히 보기가 좋아요. 특히 소금꽃이 이쁘게 피면 참 기분이 좋아
집니다. 농사꾼이 작물이 크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이 말끝에 그는 소금농사가 참 어렵다고 덧붙인다. 똑같은 날씨인데 어떤 때는 잘 되고,
어떤 때는 잘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 소금을 할 때, 이거 바닷물을 잘 증발시키면 소금이 나오겠지, 결정체가 생기겠지 했는데 잘 안되는 겁니다. 또 물을 이렇게 저장하고 이렇게 대면 되겠지 생산량이 많아지겠지 하는 데 어긋나기 시작해요. 이게 왜 이렇게 어긋나는 것일까. 그걸 깨닫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그도 지적하듯 우리나라에는 천일염에 대한 변변한 논문 한 편이나 자료나 책도 별로 없다.
그토록 우리 가까이 있고, 생명활동에 필수적이라는 데 이상할 만큼 뭐가 없다.
“없을 수밖에 없어요. 연구하려는 사람도, 체험하려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농업에는 전문적인 학교
도 있고 연구성과도 많은데, 염업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농학박사는 있어도 염학박사는 없어요.”
박 장인의 소망은 태평염전의 소금대학처럼 ‘소금학교’를 여는 것이다. 그가 지난 15년간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다. 그래야 천일염 산업이 체계를 갖추고 맹맥이 이어질 수 있고 믿는 것이다.
천일염을 장려해야 한다
“제가 어디 포럼에 가본 적이 있는데,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지 말자고 하더라구요.
제 생각에 천일염은 적정량을 섭취하는 한 건강에 큰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꾸준히 섭취해 왔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었거든요.
천일염에는 염화칼륨이 있어서 나트륨을 조절한다고 합니다. 정제염엔 나트륨만 있어서 이게 어렵지요.
정확하게 알고 조절해서 먹으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됩니다.”
이 역시 정확한 데이터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그가 말한 것처럼 분석과 실험, 연구가 부족하기에 알게 모르게 소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제 계산에 소금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갑니다. 15~20% 정도는 부족해요.
사정이 이런데 공급이 넘친다고 하잖아요. 물론 공업용 농업용 소금이 많이 필요하니까.
눈 올 때도 뿌려야 하고. 저는 식염을 얘기하는 건데, 이게 5%만 부족해도,
아니 1%만 부족해도 난리가 나겠지요. 그 얘기는 수입을 많이 한다는 얘기지요.”
다소 길게 설명한 그의 말을 요약하면, 소금이 부족하면 정제염이나 수입소금을 먹으면 되지 하는
인식이 바뀌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좋은 소금, 천일염이 있는데, 단순히 짠맛(NaCL)만 나는 소금을
먹어서 되겠냐는 것. 천일염엔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염소, 황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는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한다.
“이러다가 정말로 곡물 파동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식량 자급률이
30%도 안되는데. 소금도 마찬가지예요. 수입에만 의존하다가 큰일 날 수 있어요.
염전을 없애고 태양광을 설치하자나요. 이러면 안됩니다.
농민은 농사를, 우리도 마음 놓고 소금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말엔 비판적인 면도 있지만, 비판에 그치기 않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그는 천일염에 대한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널리 알려 천일염 산업을 부흥하고 싶다.
“지금도 제 후배들에게 가끔 전화가 옵니다. 나 거기 가서 일 좀 할 수 있겠어요? 그래요.
그러면 제가, 고생스러운 데 뭐 이 일을 하려고 해? 합니다.
아무리 자동화됐다 해도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요. 힘들지요. 게다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요.
모터, 컨베이어 벨트, 설비에 제법 돈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운영비, 인건비까지 생각보다 들어가는 돈이 많아요. 와서 일을 좀 보고 경험해보면 할 만하다 싶으면 할 수는 있어요.”
소금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열정을 지닌 박연수 장인.
그의 바람대로 천일염이 더 많이 알려지고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 딱 생긴 그대로 만큼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평생 해왔고 또 배울 것도 많거든요. 은근히 재미있어요.
이게 제대로 평가받고, 가격까지 좋으면 좋겠지요. 저는 밤 12시에 나와서 다음날 낮에 집에 들어가요.
낮에는 또 장목반이니 인권교육이니 활동해야지요.
소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철이면 하루에 한두 시간 자는 때도 있어요. 저는 많이 바라지 않아요.
딱 노력한 만큼만 나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