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소금이 간이다

김경환 작가

우리의 식문화를 한 글자로 압축하면 ‘간’이다. 간의 사전적 정의는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 소금, 간장, 된장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고 한다. 간장, 된장도 소금으로 만드니 간은 곧 소금이다. 또 ‘음식물의 짠 정도’라고도 한다. 순 우리말인 간의 어원은 ‘짠’이다. 짠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의 그 ‘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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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맛을 지배한다


음식을 조금 먹어보고 싱거운지 짠지를 판단하는 행동을 ‘간(을) 보다’라고 한다. ‘간이 좋다’는 짠맛이 적절하다는 것이고, ‘간이 세다’는 짠맛이 과하다는 것이다. 간이 ‘슴슴하다’는 다소 싱겁거나 밋밋한 상태를 말하고, ‘삼삼하다’는 것은 적당히 간이 맞으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간간하다’는 약간 짠듯하다, ‘건건하다’는 감칠맛 없이 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간과 관련된 다양한 표현이 발달해 왔다.


간과 관련한 가장 극적인 직업이 바로 ‘간잽이’다. 간잽이는 생선을 소금에 절이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간잽이는 ‘간잡이’의 경북 안동 사투리다. 간잡이가 고등어에 천일염을 친 것이 간고등어다. 안동지방은 오래 전부터 영덕 강구항에서 실어온 고등어를 먹었다. 강구에서 안동까지는 약 80킬로미터에 달한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이 먼 길을 걸어서 고등어를 지고 날랐다. 그런데 날이 더우면 오는 도중 생물이 상하게 되는데, 아까운 고등어를 버릴 수 없어서 배를 갈라 굵은 소금을 쳤다. 이렇게 간고등어가 탄생한 것이다. 소금 친 고등어는 일정한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맛으로 변했다. 초기 간고등어는 염도가 20%에 달했는데, 요즘은 3~5%의 염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맛은 음식을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이다. 미각은 오감 중 하나로, 음식, 무기물 등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은 혀의 표면에 위치한 미뢰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미각을 느낀다. 미각기관은 약 1만 개의 미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의 미뢰에는 형태가 서로 다른 네 가지 세포, 즉 기저세포, 암세포, 명세포, 중간세포 등이 있다.


인간의 혀는 수천 개의 맛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단맛, 쓴맛, 신맛, 짠맛, 감칠맛 등 개의 기본 맛으로 분석 될 수 있다. 이전까지 기본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네 가지 종류로 알려졌는데, 1985년엔 감칠맛도 맛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짠맛은 나트륨과 같은 염분에서 발생하며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고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또한 인체의 신진대사를 유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짠맛을 내는 소금은 주로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다.


단맛은 설탕과 같은 당류에서 비롯되며 에너지원으로 기능한다. 포도당, 엿당, 과당 등 단순당이 지닌 맛이다. 과일이나 꿀 같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칼로리를 높이고 소화를 돕는 중요한 물질이다.


신맛은 음식의 신선도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며 소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맛은 주로 유기산에서 비롯되며 과일이나 발효식품에서 얻을 수 있다. 비타민 C가 대표적인 물질이다. 시큼한 묵은지나 동치미에도 신맛이 들어 있다.


쓴맛은 불쾌감을 주지만 인류 생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독성 물질은 대부분 쓴맛을 지니고 있어 경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 식품에서는 독특한 풍미를 제공하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 커피나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고들빼기나 쑥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감칠맛은 일본어 '우마미(うま味)'에서 유래했으며, '맛있다'와 '맛'을 조합한 합성어이다.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칠맛은 다른 맛과 조화를 이루어 음식의 맛을 끌어올린다. 맛소금은 소금과 MSG( MonoSodium Glutamat)를 9 대 1로 혼합한 조미료를 말한다.


그밖에 한국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매운맛(pungency)이 있는데, 이는 혀의 통점에 위치한 감각 수용기가 전달하는 열감과 고통을 말한다. 섭씨 43도 음식이 혀에 닿을 때 느끼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한다.




죽은 맛도 살리는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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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이 기본 다섯 가지 미(味)를 느낀다고 해서 그 비중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느끼는 기본 맛에는 단 두 가지, 짠맛과 단맛만 있다’고 말했다.

음식의 맛은 결국 간이 좌우한다. 소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짠맛이 없는 듯한 음식에도 소금이 등장한다. 달콤한 빵이나 떡, 아이스크림, 커피, 고소한 콩국수에도 소금을 더해 풍미를 높인다. 이른바 ‘단짠’의 조화이다.


디저트의 세계는 단짠이 지배한다. 심지어 소금은 술과도 잘 어울린다. 멕시코 술 테킬라는 흔히 소금과 라임을 곁들여서 먹는다. 와인에도 약간의 소금을 더하면 맛이 달라진다. 우리는 직접 술에 소금을 직접 넣지는 않지만, 막걸리 마실 때 소금이 든 신김치나 된장에 찍은 고추를 우적우적 씹어 먹지 않는가.


간이 그렇듯 소금도 순 우리말이다. 소금의 옛 형태는 ‘소곰’이며, ‘소곰->소금’의 변화를 거쳤다. 간혹 한자로 소금(素金)이라고도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소금(小金)이라고도 쓰는데 근거 없다.


박찬일 셰프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서 “맛에는 짠맛이 있고 ‘그 밖의’ 맛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고 시고 쓴 음식을 먹지 안아도 인간은 죽지 않지만 소금을 먹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단맛 뿐 아니라, 신맛 또한 짠맛이 잡아줄 때 살아난다고 한다. 묵은 김치나 동치미 육수가 딱 그렇다는 것이다. 단맛 또한 신맛을 만날 때 새로운 맛으로 변화한다. ‘새콤달콤’이 그 예이다. 물론 맛이란 혀로만 감각되지는 않는다. 시각과 후각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맛 중의 최고봉은 추억이 아닐까 싶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 먹었던 시래기, 감자, 옥수수의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추억은 어머니의 마음이다. 가난한 살림에 쌀독은 비고 자식은 배고프다고 빽빽 운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 찬장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것이 깨와 소금뿐. 어머니는 이것을 보리밥에 뭉쳐 주먹밥을 만들었다. 이게 꿀맛이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그 맛을 우리는 그리워한다. 깨소금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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