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신안 천일염과 게랑드 소금

김경환 작가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소금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바다에도, 호수에도, 육지에도, 심지어 사막에도 소금이 다량 분포한다. 사실 이 소금은 모두 한 뿌리, 바다에서 온 것이다. 먼 옛날 바다였다가 육지가 된 곳에서 소금이 발견된다. 바닷물에는 대략 3.5%의 염화나트륨이 녹아 있다. 1리터당 35그램의 소금이 함유된 것이다.


세계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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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다양하게 분포하다 보니 이를 얻는 방식도 달라진다. 한국이나 서유럽,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바닷물을 염전에 가둔 후 햇빛으로 증발시켜 천일염을 얻는다.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는 주로 소금광산에서 채굴해 소금을 얻는데, 이를 암염이라 한다. 바닷물을 끓여 결정을 얻는 것을 자염(煮鹽)이라 한다. 또 전기분해로 소금을 만드는 것을 정제염이라 부른다. 이처럼 소금은 각 지역의 환경과 제조 방식, 미네랄 함량, 맛과 색에 따라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소금으로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Guerande Salt)과 영국의 말돈 소금(Maldon Salt)이 있다. 게랑드 소금은 프랑스 브리타니 연안 게랑드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다. 얇은 결정체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히 ‘소금의 꽃’이라 불리는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은 비싸게 팔린다. 말돈 소금은 영국 에식스 카운티 말돈 지역에서 자염방식으로 생산한다. 눈꽃처럼 얇고 넓은 피라미드 모양의 플레이크(flake) 결정체가 특징이며 입자가 부드럽고 쉽게 부서진다.


대부분 소금을 하얀색으로 알고 있는데 다양한 색을 가진 소금도 많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Himalayan Pink Salt)은 분홍빛이다. 인도 펀자브 북부 암염 산지에서 재취하거나 염수를 건조해 생산하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핑크 솔트의 원산지는 대부분 파키스탄이다. 소금에 철, 칼륨 등이 섞여 있어 분홍빛을 띤다.


검은색 소금도 있다. 인도의 칼라 나막(Kala Namak), 네팔의 비레 눈(bire noon)은 블랙 솔트다. 소금 성분에 황화철, 황화수소가 함유돼 검은빛에 가까운 어두운 보랏빛을 띤다.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찾아 ‘비건 소금’으로도 불린다.


프랑스 대서양 연안에서 생산하는 셀 그리스(Sel Gris)는 회색 소금이다. 점토층에서 흡수된 미네랄(마그네슘, 철, 칼슘 등)로 인해 회색빛을 띤다. 갯벌을 단단하게 다진 바닥에서 얻는 토판염은 대부분 잿빛을 띠기에 그레이 솔트(grey salt)라 부른다.


미국의 하와이안 알라에아 레드 솔트(Hawaiian Alaea Red Salt)는 붉은빛을 지닌 소금이다. 화산의 점토가 섞였기 때문인데, 미네랄이 풍부하고 헤이즐넛 향이 난다고 한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코마치오 천일염, 아이슬란드 북극 해수로 만든 노르뒤 소금(Nordur Salt), 스페인 마요루카 섬에서 생산하는 플로르 데 살 데스 트렝(Flor de Sal Trence), 일본 오키나와의 설염(雪鹽), 이탈리아 피오치 소금(Pyramid Salt), 페루 소금광산에서 생산하는 마라스(Maras) 소금, 볼리비아 사막지대에서 나오는 우유니 소금 등이 유명하다.


신안 천일염 명품 소금 만들기



한국의 대표 소금 천일염은 서해안 갯벌에서 바람과 햇빛으로 만든다. 서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유일하게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이다. 세계 5대 갯벌은 한국의 서해안과 캐나다 동부 연안,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아마존 유역, 북해 연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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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갯벌(신안 갯벌, 서천 갯벌, 고창 갯벌, 보성-순천 갯벌)은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서해 갯벌이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국제적 멸종위기 이동성 물새의 중간기착지로서 국제적 중요성을 갖는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천일염의 주요 생산지는 전남 신안과 영광, 서산 등 8곳이다. 이 중 신안 천일염이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는 700여 개의 염전이 있으며 주로 육지에서 20~60km까지 떨어진 섬에 있다. 그만큼 바다가 깨끗하다. 신안 앞바다는 수온과 염도도 적당해 소금생산에 필요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었다.


2018년 세계 소금 생산량은 3억 톤 정도인데 이 중 갯벌 천일염은 47만 톤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한국의 천일염이 26만 톤에 달한다. 세계 최대 천일염 생산국인 것이다. 하지만 신안 천일염은 많은 생산량에 비해 국내외에서 저평가돼 왔다. 이에 정부와 신안군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이나 이탈리아 코마치오와 같은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꾸준한 시설 투자, 식품 안전성 확보, 가격 안정화 등 고급화를 향해 노력해왔다.


게랑드 소금은 스테이크나 샐러드에 살짝 뿌리는 마무리용 소금으로 쓰이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맛있는 소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미네랄이 풍부하고 건강한 소금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게랑드 소금은 신안 천일염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프랑스 브르타뉴 남부 소도시 게랑드에 있는 염전은 무려 10세기에 형성되었다. 게랑드는 수 세기에 걸쳐 소금 무역을 통해 번영을 누렸고, 브르타뉴의 엘도라도, 황금의 도시가 되었다. 게랑드 소금은 100% 수작업으로 생산되고, 그 맛과 영양성분을 인정받아 ‘레드 라벨(Label Rouge)’을 붙일 수 있었다. 그것은 수작업으로 채취되고, 첨가물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마그네슘이 풍부한 비정제 소금이라는 것을 뜻한다. 게랑드 소금은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천일염뿐 아니라 적절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염전의 바닷물 표면에서 조심스레 수확할 수 있다는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 한국어로 꽃소금인데, 유명 셰프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금으로 알려졌다. 이 소금은 다양한 요리뿐만 아니라 디저트에도 사용돼 맛을 살린다. 플레르 드 셀은 IGP(지역 보호 표시) 인증을 획득하였다.


전남지역 천일염의 우수성은 이미 검증이 되었다.


브런치_14편.png 전남보건환경연구원보(2007년 자료)



신안 천일염은 게랑드만큼 오래되지도, 유명하지도, 비싼 가격도 아니지만 그 품질만큼은 대등하거나 뛰어넘는다. 실제로 분석을 해보면 신안 천일염이 주요 성분이나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염화나트륨 함량도 게랑드 소금에 비해 킬로그램당 7밀리그램 이상이 낮고, 미네랄 함량은 칼륨과 마그네슘의 경우 두 배가 넘는다. 맛이나 영양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조차 가격 차이가 10배 가까이 난다.


너무 싸고 흔해 저평가된 신안 천일염. 다른 나라들은 만들고 싶어도 만들지 못하는 우리 소금 천일염. 우리가 먼저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다. 자랑할 자격이 충분한 신안 천일염, 이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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