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태평소금 공장 방문기

주은 작가

바다에서 온 여행자.


브런치 16편.jpg 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평염전_photo by 박여선 작가


태평염전 공장 뒤편 오솔길을 따라 십여 분 야트막한 동산에 오르면 소금밭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멀리 증도의 마을과 바다가 보인다. 해수가 이동하는 수로가 염전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태평염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큐브 모양의 초콜릿처럼 정갈하게 구획 지어져 있다.


“여기가 소금밭 전망대입니다. 여기에서 보면 증도가 한눈에 보이죠.”


당신은 이곳과 가까운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이곳에서 나이 들어간다고 했다. 태평염전에서 일하며 당신은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증도에서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경이로운 여행지지만 당신에게는 성실한 하루 일상이다.

당신은 여행자를 맞이하고 그들의 하루가 온전히 행복에 충만하기를 돕는다.

좀체 일상에서는 겪지 않는 것들, 여행지에서의 희열 같은 것, 경이로움이라던가 뜻하지 않았지만 만나게 될 특별한 사건이 있기를 바라면서. 당신의 편안한 친절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우리는 소금처럼, 바다에서 왔지만 새로운 것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염전 위 소금이 식품으로 거듭나다.


브런치_16편_1.jpg 태평염전_photo by 박여선 작가


“소금은 바닷물이 햇빛과 바람을 만나 천일염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염전은 말 그대로 바다의 축소판이죠. 수로를 따라 들어온 바닷물이 얕은 염전 위에 고였다가 태양열과 바람의 힘으로 서서히 수분이 증발하면서 결정이 맺히거든요. 이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자연이 일으키는 거대한 화학 반응이죠. 바람의 세기, 햇살의 강도, 계절적 변화에 따라 소금의 결정체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모두 소금이지만 같은 소금 맛은 없습니다. 다른 얼굴을 가진 소금이 되는 거죠.”


당신과 나의 얼굴이 다르고 우리 각자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 듯 소금도 그러하다.


“이렇게 염전에서 만들어진 천일염은 아직 완전한 식품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는 일종의 자연산물, 다시 말해 원재료일 뿐이죠. 염전에서 갓 건져 올린 소금에는 간수라 불리는 수분과 불순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요 그대로 섭취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소금은 염전에서 수개월간 자연 탈수 과정을 거치며 간수를 빼내야 한다. 보통 3~4개월 정도 보관하면서 간수가 중력에 의해 흘러나오도록 두는데 이 시간이 소금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작점이 됩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성냥갑 같은 소금 창고들. 당신은 염전에서 채취된 소금이 거기에서 한동안 머문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늘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금 창고 위로 정오의 태양이 쏟아진다. 길고 긴 소금 창고의 행렬과 끝도 없이 펼쳐진 염전의 풍경을 지그시 바라본다. 대파를 쥐고 흰 소금을 고르는 염부가 한 컷 풍경처럼 멀리 실루엣으로 드리워져 있다.


브런치 16_3.jpg 작업 중인 염부_photo by 박여선 작가


“소금은 가장 오래된 조미료이자 보존제지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 식탁에서는 단조로운 하얀 결정체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노력이 응축되어 있달까요.”


소금은 크게 천일염 입고 및 간수 제거, 인위적인 탈수, 수작업 선별 및 이물질 제거와 제품별 공정 분리로 마무리된다. 당신은 보기에 단순한 소금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겨나는지 설명한다.

탄생과 소멸의 복잡한 과정을 올곧게 살아내는 존재가 우리에게 전하는 특별한 의미를 공유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단순히 소금 생산 공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는다는 것을, 이곳에 오는 이들 모두 알아줬으면 하는 것. 소금을 만들어내는 당신의 고충을 이해하고 싶다.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 하나의 사물이 우리에게 주는 다층적 의미를 이해하고 싶다.


브런치_16편_4.jpg 적재된 소금 자루_photo by 박여선 작가


“소금 창고에서 간수를 뺀 소금은 공장으로 옵니다. 공장에서 소금의 첫 작업은 인위적 탈수죠. 입고할 때 12~13% 정도인 수분 함량을 탈수에서 인위적인 회전 공정을 통해 약 10% 이하로 낮춥니다. 이렇게 수분을 제거한 소금은 쓴맛이 줄고 더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2~3년간 자연적으로 탈수시킨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탈수가 완료되면 '선별' 작업으로 이어지죠. 천일염은 갯벌이나 날벌레 등 이물질이 섞이기 쉬운 개방된 환경에서 생산되니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이를 공장에서 수작업을 통해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브런치_16편_5.jpg 소금을 선별하는 모습_photo by 박여선 작가


선별에서 포장까지, 천일염의 완성


당신은 선별까지 마친 소금이 제품의 종류에 따라 공정이 나뉜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천일염 제품은 바로 포장되어 출고되지만 가공 소금은 추가적인 공정을 거쳐야 한다. 태평 소금 공장에서는 천일염, 제제 소금, 가공 소금, 태움용융소금 등 네 가지 유형의 소금을 생산한다. 건조, 분쇄 등 추가 가공 과정을 거쳐야 소금이 완성된다. 특히 용기 포장을 하는 제품의 경우는 알루미늄 재질의 뚜껑 때문에 일반 금속 검출기를 통과할 수 없어 더 좋은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당신이 거듭 반복한다. 당신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된다. 소금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제품에 따라 특성에 맞는 복잡하고 세밀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당신의 말이 너무 진심이어서 기계를 세심하게 쳐다본다. 정말 그렇구나, 그러니 소금 맛이 좋았던 걸까 생각에 이른다.


“탈수와 선별을 마친 소금은 곧바로 포장 단계로 이어집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제품이 천일염입니다. 염전에서 얻은 원료를 최소한의 탈수와 선별만 거쳐 포장한 것이죠. 가장 단순한 형태의 완제품이라 할 수 있지만 포장 방식은 다양해요. 대량으로 묶어 출하하는 비닐 포장도 있고 소비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에 담는 방식도 있어요. 각각의 포장 방식은 유통망과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달라지죠.”


그러나 모든 소금이 천일염으로만 머무는 것은 아니라고 당신이 강조한다. 일부 소금은 추가 가공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고 이야기해준다. 천일염을 물에 녹였다가 다시 결정화 하면 입자가 고운 ‘꽃소금’이 되고 분쇄, 건조, 혼합 과정을 거치며 입자 크기와 성분을 달리한 가공 소금으로 변신한다는 설명을 꼼꼼하게 반복한다.




브런치_16편_6.jpg 수분을 말리는 열기계 앞 작업모습_photo by 박여선 작가



“단순한 결정체처럼 보이지만 소금은 생산의 전 과정에서 첨단 기술, 철저한 위생 관리, 그리고 끊임없는 안전 교육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태평 소금 공장 방문은 우리에게 소금의 생산 과정에 대한 지식을 넘어, 제조업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금은 단순히 짠맛을 내는 조미료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이다. 공장 내에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와 안전 문제가 요구되고 당신은 그것이 노동 환경과도 깊이 연결된다고 말한다. 최근 강화된 산업재해 관련 법규는 관리자의 책임을 대폭 늘렸고 매일 안전 교육을 시행한다. 공장 벽에 다국적 노동자들을 위해 여러 언어로 안전 수칙을 표기한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힘든 부분이지만 안전과 품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다. 작업자의 부주의가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당신은 매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당신은 온몸에 소금기를 뒤집어쓰고 소금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묵묵히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자신의 직업윤리라고 생각한다.


태평염전의 가치가 당신의 태도에서 나왔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소금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당신의 있었음을,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소금 한 톨이 누군가의 ‘시간’과 ‘노동’의 가치였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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