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민속신앙에서의 소금

이하나 작가

소금 뿌려라!



좋지 않은 일을 겪거나 그런 일을 몰고 오는 사람에게 흔히 소금을 뿌리라고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부정한 것을 씻고 액운을 막는 용도로 소금을 써왔다. 이런 풍습은 관용어구로 굳어져 언어에도 남았다.


한국의 무속 중 부정굿은 전국에 퍼져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은 신성한 것에 대립되는 말로 부정한 일이 계속 되면 질병과 재앙이 다가온다고 한다. 이를 뒤집으면 질병과 재앙이 부정한 기운이나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병에 걸리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경우 ‘내가 뭔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하고 각 개인의 잘못을 따져 죄책감을 먼저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풍습은 부정한 것을 멀리 하기 위해 개인이 늘 정갈하고 바른 생활을 하라는 일종의 윤리강박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서울의 부정굿은 소반에 떡, 전, 과일, 나물 등을 올려 간단히 작은 상을 차리고 그 옆에 맑은 물, 청수를 놓는데 하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것, 하나는 재를 넣은 것, 또 하나는 고춧가루나 소금을 넣은 것을 놓는다. 이 풍습이 언제부터 내려왔는지 모르나, 고춧가루가 한국에서 사용된 것은 18세기 중 후반이므로 그 이전엔 소금 넣은 것만 사용했으리라. 소금의 흰 색은 부정한 것을 씻어낸다는 용도로 쓰인다.


브런치_18편.jpg 종묘제례에서의 소금_국립민속박물관


집안이나 어떤 공간에 액운과 잡귀가 들었을 때도 소금을 뿌렸다. 새로 이사하거나, 재수없는 사람이 왔다 가면 소금을 뿌렸다. 가족 중 누군가 사고를 당한 지인의 장례식에 가거든 바로 집으로 오지 말고 어딘가 들렀다 집으로 오라고 하는 풍습이 있다. 바로 집으로 들어오면 장례식장의 잡귀가 들러붙어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런 도시괴담같은 민간전설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요즘도 조문을 다녀오면 문밖에 사람을 세워두고 소금을 뿌리는 경우가 있다. 소금이 귀신을 쫓아낸다고 믿는 것이다. 아무튼 한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영혼과 귀신의 존재를 믿는 셈이다.


한국 무속에서는 이런 잡귀를 물리치는 몇 가지 물건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복숭아나무 가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팥이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에서 무당인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계속 팥을 뿌리는 모습이 나온다.


또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이 왜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용도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속설이 있을 뿐 정확한 정론은 없다. 워낙 오래된 풍습이라 그저 추측할 뿐이다. 흰색이라는 것과 귀한 물질이었다는 것, 그리고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금은 수 천년이 지나도 상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신령한 물질로 취급된 것이다.


오줌을 싼 아이에게 소금을 구해오라며 키를 씌워 밖으로 내보내는 관습이 있었다. 이 키는 대나무로 만들고, 곡식을 까부르는데 사용한다. 오줌 싼 아이는 키를 뒤집어 쓴 채 이웃에 소금을 얻으러 가야 한다. 요즘 이런 풍습은 없어졌지만 ‘이웃집 가서 소금 얻어오너라’는 말은 남아있다. 왜 소금을 얻어오라 했는지 의문이다.


브런치_18편_1.jpg 사파리 출판사에서 펴낸 <잃어버린 자투리문화를 찾아서 시리즈> - '싸개싸개 오줌싸개'



여러 주장에 따르면 자다가 오줌을 싸는 건 아무래도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볼 수 있으니, 이를 잡귀가 붙었거나 부정을 탔다고 여겼을 거라는 설이다. 또 하나는 한의학적 관점으로, 소금의 짠맛은 오행의 물에 해당하고 신장과 비뇨기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 어머니 양수에도 소금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으나 밖에 나가 ‘귀한 소금’을 얻어오는 과정에서 교육적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 한다.


소금을 집안 어디에 두면 기운이 좋아지고 발복한다는 얘기도 있다. 소금단지를 모시면 액귀를 막아준다고 한다. 민속신앙에서는 소금은 따뜻하고 뜨거운 기운이 모여있어 재물을 뜻한다고도 본다. 자염 생산과정에서의 불이 필요하니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뜨거운 기운이 단단하게 뭉쳐 하얀 빛을 띄기 때문에 어두운 것을 물리치는 불의 기운이 있다는 것이다.


소금을 주로 흙으로 빚은 항아리에 담는데, 항아리에는 하늘과 땅, 사람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소금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 태양, 불, 사람 등 자연의 중요한 것이 모두 응축되어 있다. 요즘도 현관에 소금항아리를 두면 액운을 막아준다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판매되고, 매월 말일 소금을 교체하되 이전 소금은 청소용으로 쓰라고도 한다.


가끔 인터넷 게시물 중에 새로 집을 구하러 갔는데 구석에서 소금단지가 발견되었다며 소름 끼친다는 등, 사람이 죽어나간 방 아니겠느냐고도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민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액운을 쫓고 정화시키는 의미로 소금단지를 둔다. 특히 욕실은 습해서 음기가 강하기 때문에 소금단지를 놓으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장독대에 소금을 두고 썼다. 흙으로 만든 항아리는 습도조절이 탁월해서 쌀이나 소금을 보관했다.


한국에서는 양기가 가장 강한 단옷날에 바닷물로 불기운을 잡는다고 하여 산불이 났던 곳의 맞은편 산정상에 소금단지를 묻고 제를 지내기도 한다.


브런치_18편_2.jpg 한국의 장독대


소금이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는 것은 한국뿐 아니다. 일본에서도 마을 행사나 축제 때 소금과 물로 신사의 입구를 청소한다. 중국에서도 악귀를 막는 용도로 소금을 사용한다. 남미와 인도에서도 악령퇴치, 주술적 의식에 소금을 사용하고, 페루, 라오스,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제례의식에 사용한다.


독일에서는 소금이 부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하여, 집들이 선물이나 신혼부부에게 빵과 소금을 선물한다. 이 풍습은 오스트리아, 폴란드, 러시아 등에도 있다. 요즘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소금을 선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소금은 인류 모두에게 깨끗한 것, 정화의 힘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소금을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어쨌거나 물과 불, 사람의 노력이 일체 되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며, 소금 자체도 변치 않지만, 소금이 다른 물질도 변치 않게 해준다는 것이 인류에게는 어떤 구원처럼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변치 않는 소금, 귀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해서 아주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소금, 소금은 인류문명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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