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소금과 산업

이하나 작가

소금 없이 사람은 살 수 없다는 건 보통 먹는 것을 말한다. 오랫동안 음식을 못 먹게 되더라도 소금만 먹으면 더 견딜 수 있다고도 한다. 따라서 보통 소금은 식품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염관리법에 의해 천일염이 식품으로 바뀌었는데, 그 이전에는 소금을 광물로 취급했다. 사실 소금은 식품보다 광물로서의 역할이 훨씬 크다.


2008년 법령 개정 이전에는 지식경제부 소관이었으나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되었다. 한국은 전체 소금 생산량이 약 56만톤 가량 되는데 이중 약 50%가 천일염이고, 천일염을 제외한 정제염, 제제염, 가공염이 50%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90%는 식용으로 사용되며, 10%만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식품보다 산업에 사용되는 우리와 정반대이다.


전세계 소금 사용량 중 식염은 10% 정도이고, 90%가 산업용으로 쓰인다. 다시 말해, 한국의 소금은 거의 식용으로 쓰이고 산업용소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금은 인간의 식생활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화학, 군사, 의료, 전자, 기계, 자동차, 반도체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금이 사용된다. 소금이나 소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공업에 요긴하게 쓰이는 광물이다.


브런치_20편.png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 소금을 사용하는 노동자 모습_AI 이미지


17세기, 영국은 소금세를 국가 재정의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다. 18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유리, 제지, 염색, 가죽, 화학 산업 등 소금이 필요한 제조업이 급부상하게 된다. 소금에 세금이 매겨져 있으니 생산량을 마구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다. 먹는 소금에도 세금이 붙어있어 노동자들의 식생활에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19세기초부터 소금세 철폐에 대한 주장이 등장했다. 가난한 사람을 벌주는 세금, 불평등을 부추킨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소금세는 철폐되었다. 소금세가 철폐되면서 빈곤층의 생활고가 얼마나 덜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영국의 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니콜라 르블랑’은 일반 소금에서 탄산나트륨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전에는 값비싼 해조류에서 나트륨을 추출했는데 기술개발로 소금이 핵심 원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여파로 황화칼슘 쓰레기와 염산 가스가 발생하며 심각한 환경오염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후 암모니아와 소다를 사용한 기술이 개발되어 탄산나트륨 유해성은 점차 줄어들었다.


브런치 20_소금광산.jpg 소금광산_정보공유마당


식품용 소금은 비교적 염화나트륨의 함량이 높다. 염화물과 나트륨이 주 성분이다. 그러나 공업용으로 쓰이는 소금은 아질산나트륨도 포함되어 있어 건조한 상태에서는 안정적이며 산소를 흡수하면 질산나트륨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석유산업에서도 산업용 소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석유를 퍼올릴 때 시추하는 진흙에 소금을 넣어 점성과 밀도를 조절한다. 소금성분은 지하의 암반 붕괴를 막고 시추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고농도의 소금물은 진흙과 암석의 화학반응을 방지하게 된다. 또한 석유를 정제할 때도 원유에서 미세한 물방울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소금을 사용한다.


소금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염소는 PVC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된다. 가스산업과 정제, 화학공업에서도 소금은 대체할 수 없는 물질이다. 산업용 소금은 소금을 전기분해해 염소와 알칼리 등 무기물과 유기물 합성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강릉과 같은 해안가 지역이 지형으로 인해 가뭄을 자주 겪을 때 언급되는 것이 담수화인데, 이러한 수처리 공정에서도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의 경도를 줄이는데 사용된다. 이른바 ‘센 물’이라고 하는 물을 부드럽게 하는 연수화 과정에도 필요하다.


584_1993_1312_big.jpg 소금_태평염전


소금에서 얻을 수 있는 광물은 수산화나트륨이라고도 하는 가성소다, 염소, 수소, 염산, 치아염소산나트륨, 소다회, 염화암모늄, 염화칼슘, 폴리염화비닐, 황산바륨, 비닐클로라이드, 에틸렌디클로라이드 등 다양한데, 이 근간은 사실 바닷물이다. 바닷물로 소금을 생산할 때 따라 붙는 부산물을 채취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학계에서는 천일염처럼 바다에서 채취하는 최고 품질의 소금을 생산할 때 우라늄과 리튬을 비롯한 희귀광물이 남는데 이를 추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천일염 생산과정에서 저온진공처리기법과 같은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면, 유해성분을 걸러낸 최고급 천일염을 얻고 부수적으로 희귀 광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브런치 20편.jpg 나트륨 배터리_셔터스톡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소금물만 있으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휴대용 전원장치를 개발했다. 마그네슘을 특수 화학 처리하면 소금물만 부어 바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원리다. 이 기술은 군사용 통신장비를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여행이나 탐험용으로도 사용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바닷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간이발전기로도 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산업용 소금은 식염수와 제설제다. 의료용 멸균수가 정식명칭인 생리식염수에 당연히 소금이 필요하다. 일부 약물에는 나트륨이 있어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흡수에 도움이 된다. 감염치료를 위해서도 소금이 필요하다.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쓰는 제설제는 염화칼슘이다. 염화칼슘을 자주 뿌리면 차량 하부가 부식될 우려가 있지만 일반 산업용소금일 경우 30%정도 낮아진다.


2025년 5월, 전자기기 업계는 중국이 소금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술렁였다. 보통 전기차 등에 쓰이는 건 리튬 배터리인데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를 선보인 것이다. 충전속도가 빠를 뿐더러 가격이 저렴해 리튬의 50분의 1가격이다. 게다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소금에서 염소만 분리하면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리튬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꺼지지도 않는다는 불안정성 때문에 대체제 개발이나 안정성이 중요하다. 나트륨배터리의 안정성 문제는 아직 신뢰하기 어렵지만, 기업들은 나트륨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ESG경영에서는 가성칼륨이 주목받고 있다. 소금의 일종인 염화칼륨을 전기분해하면 가성 칼륨을 얻을 수 있다. 이 가성칼륨은 태양광, 반도체, 수소 등 첨단 산업과 농약, 의약품, 식품첨가물에 쓰인다. 수산화칼륨이라고도 한다. 가성칼륨의 용도는 거의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 초콜릿, 라면, 햄, 소시지를 만들 때도 사용되고 세제, 폼클렌저, 면도용 세이빙 폼, 라텍스 등의 위생용품, 자동차 타이어나 레고 장난감에도 들어간다.


또한 반도체용 웨이퍼나 태양광의 웨이퍼를 깎아내는 과정에도 가성칼륨이 들어간다. 가성칼륨을 생산하는 업체는 가성칼륨이 탄소를 모을 수 있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산화칼륨과 탄산칼륨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 탄소를 모을 수 있다. 따라서 탄소를 모아 열분해를 거쳐 이산화탄소로 재추출하거나 콘크리트에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포집 대응은 글로벌 기업이 발빠르게 움직여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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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바다는 인류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바다가 생명의 근원이었다면, 다시 회복하는 힘도 바다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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