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증도 소금 장인 인터뷰_'하늘과 바다의 섭리'

이하나 작가

시간당 200mm이상 비가 내렸다. 한산한 염전을 바라보며 오늘 염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염전과 염전 사이에 놓인 황톳길은 온통 진흙이 되었고 하얀 수레들이 숨을 쉬고 있었다. 희뿌연 하늘아래 염전은 고요했다. 오직 태양이 뜨거울 때, 그늘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알 도리가 없는 나의 시간이 초라하다.


하늘과 바다의 섭리를 받아내는 사람


박형기 장인은 50년 이상 경력의 소금장인이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없어서 8월이어도 비가 덜 올 거라 안심하긴 이르다. 늦장마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폭우가 올 줄은 몰랐다.


“112년 만에 처음 일어나는 일이라니 어쩔 수 있나요, 비가 이렇게 오면 쉴 수밖에 없습니다. 들어찬 물이나 좀 빼고. 염전은 육지의 마지막에 있어요. 신안의 염전은 서쪽, 남쪽, 북쪽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증도가 중앙인데 중앙 쪽은 좀 적고, 지금은 남쪽이 좀 많이 남아있고 북쪽은 많이 줄어들었죠. 임자도 쪽은 태양광이 많이 들어섰으니까.”


브런치 24편.jpg 태평염전의 소금항 카페에서 만난 박형기 장인 모습_이하나 작가



박형기 장인은 신안 염전의 분포와 기후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보통 남쪽이 비가 좀 적게 오고, 서북부권이 비가 많았어요. 이렇게 장마도 짧으면 평년대비 생산량이 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저 미미한 정도, 아주 조금밖에 더 못했어요.” 박형기 장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소금 생산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말한다.


“염전이 줄어든 탓도 있고, 일할 사람도 줄어들었지요. 예전에는 창고 천장까지 꽉꽉 채웠지만 지금은 60% 정도밖에 안 채우고 그냥 싸게 팔아버립니다.”


브런치 24편_01.jpg 염전에 설치된 해주의 모습_이하나 작가 촬영


박형기 장인을 만나기로 한 전날 무안과 광주에 기습호우가 내렸다. 이렇게 비가 한꺼번에 많이 와버리면 소금물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해주 안의 함수에도 물이 들어찰 수밖에 없다. 이 해주는 염전에서 보면 낮게 지붕을 덮어둔 곳이다. 적은 비에는 해주의 지붕이 빗물을 막아주지만 열대 호우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도리가 없다. 이 해주 안에는 함수가 들어있다. 함수는 농도 20도에서 25도 정도의 소금물이 들어있는데 쉽게 말해 소금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소금물을 보관하는 것이다.


바닷물을 염전에 받아주고 염도를 맞추기 위해 해수에서 조금씩 씨앗이 되는 소금물을 흘려보내 농도를 맞춘다. 태양과 바람, 그리고 바다에 내리는 비로 인해 소금의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모든 기상조건을 맞춰 함수를 얼마나 섞어야 하는지는 오직 소금장인들의 몫이다.


“썰물일 때는 이렇게 비가 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물이 들어와 있으면 감당이 안됩니다. 해주에도 비가 다 들어갈 수밖에 없죠. 염전 옆에 펌프 있는 거 보셨나요? 바닷물이 들어와 있으면 물이 들어차 소금농도가 낮아지니까 물을 빼줍니다.”


박형기 장인이 평생을 바쳐온 염전은 이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 태양광 열풍이 불던 몇 년전부터 수익이 마땅치 않은 염전은 하나둘씩 소금농사를 포기하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1997년 소금 수입 자유화 정책으로 정부가 폐전을 권장하면서부터 염전은 차차 사라져갔다. 처음엔 새우양식장이 되었고, 이제는 태양광 패널들이 들어선다.


소금의 생산원가는 가파르게 치솟는다. 일 자체가 고되다고 알려지다 보니 염전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한국에서의 소금은 서민들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품이라 소금 유통은 자율에 맡기고 소금값이 치솟거나 부족해지는 정도만 정부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다. 소금값은 현대에 들어와 안정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나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때나 잠시 치솟았을 뿐, 소금은 여전히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


브런치 24편_02.jpg 태평염전이 설치한 노동자 쉼터(휴게실)


“소금값을 올릴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죠. 우리는 소금이 없으면 못사는데. 게다가 한국사람들 주식에 소금이 안 들어가는 게 없잖습니까. 인건비는 더 줘야 하고 일할 사람은 없고, 소금값은 못 올리고 힘들죠.”


현재 태평염전에는 약 60여 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다. 수천 평의 소금밭을 100여명도 안되는 염부들이 일구고 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생산량도 떨어집니다. 후계가 있어야 하는데 후계가 없으니 천일염의 미래가 있겠습니까?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사건을 저지른 사람은 이미 염전에서 퇴출되었지만 아직 염전주라는 이유만으로도 지금도 계속 문제가 없는 지를 확인받고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신안군에서 나오고 중앙정부에서 나오고 경찰에서도 나옵니다. 오시면서 염부 쉼터를 보셨을텐데, 그렇게 안에서 쉴 수 있게 다 하고 노동시간 휴게시간 다 보장합니다."


"아주 더운 낮에는 소금이 말라야 하니까 일할 필요도 없고 일할 수 없거든요. 아침 일찍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서 8시쯤에 끝내고 해지기 전까지 쉬었다가 오후 4~5시 정도에 다시 작업을 시작해서 8~9시에 끝냅니다. 중간에 뜨는 시간이 많죠. 그 조건이 요즘 사람들에겐 안 맞는 모양입니다.”


해방 직후 한국정부에서는 소금장인을 기르는 소금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마저도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소금은 배우는데 2-30년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 날씨 변화, 물의 두께랄지 이런 걸 전부 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수치를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변수가 일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해요. 비가 온다고 소금의 농도가 일정하게 떨어지지도 않고 바람과 구름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비가 갑자기 오느냐, 천천히 오느냐도 다른거죠.”


2008년 염관리법 이후, 천일염이 식품으로 지정되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소금도 수산물의 일종이 되었다. 따라서 수입소금에 대한 관세가 낮아졌고 호주, 멕시코, 중국에서 상당한 양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산 소금에 여러가지를 첨가해 가공하여 한국기업에서 팔면 국산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한국산 천일염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한국은 천일염이 없으면 식생활 자체가 어렵다. 중국산 소금이 가장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는데 중국산 소금은 요오드가 부족해 요오드를 첨가해 해외로 내보낸다. 한국인들이 소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장류, 젓갈류, 특히 김치다. 중국산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면 숨이 너무 죽는다고 하는 이유가 나트륨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길들여진 맛이 있는데 외국산 소금으로 대체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장철 절임배추도 다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으니 천일염 고유의 맛을 기억하고 따져 묻는 사람들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미지수다. 일본도 발효식품이 많다고 하지만 한국의 발효식품의 40% 정도로 알려져있다.


염전은 기계화도 쉽지 않다. 소금을 버틸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판다 한들 한국의 소금산업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진다. “이건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소금 산업은 아시다피시 기계가 쉽게 부식되기 때문에 기계화를 하기 상당히 어려워요, 기계가 쉽게 상하죠. 그리고 농산물 같은 경우야 탈곡을 하고 그 다음에 세척을 하게 되는데 금속에 소금이 닿으면 소금 자체에 불순물이 생길 우려도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그래도 소금창고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서 그 정도의 수고는 덜 수 있지만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하죠.”


브런치 24편_03.jpg 염전에서 소금을 채염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


오로지 사람의 판단과 손길을 거쳐야지만 가능한 것이 소금을 받는 일이다. 하늘과 바다, 바람과 비에 따라 달라지는 그날 그날의 상황은 세월을 오롯이 받아낸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이 너무 당연한 나라, 그래서 우리는 이 천일염의 귀중함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금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흔히들 좋은 소금은 단맛이 난다고 해서 장인에게 언제적 소금이 제일 좋은지 물어봤다.


“보통 송화가루 날릴 때가 좋다고 하죠. 그게 며칠인지 아십니까? 5월 10일 정도됩니다. 이때는 밤기온이 20도를 조금 웃돕니다. 낮에는 27도 정도, 이때 소금이 좋다고 하죠. 그 이전에 온도가 낮으면 마그네슘 생성이 많이 돼서 쓴맛이 좀 나요. 그리고 결정지에서 오랫동안 담가두고 천천히 만들면 쓴맛이 줄어들고 더 깨끗해지거든요. 침전이 오래 되었을 테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사실 소금은 쓴맛이 줄어들고 늘어나고 정도의 아주 미세한 차이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브런치 24편_04.jpg 소금을 저장하는 소금창고_이하나 작가 촬영


오직 하늘과 바람, 바다를 바라보는 염부의 손을 거쳐서 완성되는 소금. 요즘 시대에는 소금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고, 오랫동안 묵혀두고 먹을 수 있다.


박형기 장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금의 본질을 생각했다. 소금은 평등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가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희디 흰, 평등이다. 하늘과 바람과 바다가 모두의 것인 것처럼, 박형기 장인이 바라는 것은 이 평등이 하늘과 바람을 따라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의 꼿꼿한 뒷모습을 보며 천일염의 미래를 가늠해봤지만, 내 깜냥으로는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진 않았다. 그저 하늘과 바다를 보며 소중한 것을 받아내는 숭고한 노동을 어렴풋이 느껴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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