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소금 공장 사람들_태평소금 방문기

주은 작가

태평소금의 참일꾼 이강덕은 식품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그가 소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 실험실과의 인연 때문이다. 식품으로 전환되지 않은 광물을 식품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는 함경식 교수와 천일염 산업의 선두에 있는 태평소금의 손일선 회장의 열정이 그를 천일염을 연구하는 공학도로 만들었다. 삶의 방향이 전환되는 계기는 뜻하지 않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대학원에서 천일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다 결국 천일염 산업화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소금 공장에서 그를 만났을 때 어째서 이 사람은 이토록 소금에 진심일까 조금 놀라웠고 그럴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단지 직업이기 때문에, 그것이 삶을 유지하는 조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직업윤리를 가져야 하지만 어떤 이의 태도는 이토록 차고 넘치는 상태구나 생각된다. 무언가에 진심인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도드라져 보인다.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 소금 공장 관리팀 부장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생산 공장 관리 부서라 출근하면 생산 준비 단계를 확인 합니다. 직원의 배치 상태, 생산 제품의 원료, 포장재의 준비상태에 대한 확인 끝나고 라인이 가동된 이후에는 생산 조건을 모니터링합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됩니다. 만약 생산 도중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이를 확인하고 제품이 정상적으로 생산되었는지 분석합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때는 사무실로 이동해 품질 관련된 서류를 확인합니다. 작업자가 작성한 생산일지 등을 검토합니다. 물론 이때도 특이 사항이 발생한다면 정상적인 기준 안에서 생산이 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이후에는 타 부서에서 요청한 생산의뢰서를 검토하고 생산일정을 조율합니다. 거래처 납품 시기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관련 부서의 협조를 통해 최종적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전체적인 관리를 진행합니다. 생산에 관한 전체적인 일정 조율과 효율성을 검토하고 품질을 관리합니다. 거래처에서 주요 서류를 작성하고 현장과 서류업무를 모두 검토합니다. 이런 일을 정신없이 치르고 나면 퇴근 무렵이 됩니다.


태평염전 26편_01.jpg 태평소금 공장 내부 모습_photo by 박여선 작가



-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크게 관리팀과 생산팀으로 나누어집니다. 관리팀은 생산라인이 운영되도록 점검하고, 좋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게 모니터링을 합니다. 생산팀은 각각의 공정(탈수, 건조, 선별, 포장, 가공)을 수행합니다. 공장에서의 생활은 거의 비슷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에 휴식하고 정해진 공정에 따라 정해진 업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제조업의 일상은 조용합니다. 특별히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할 일도 없지만 일어나서도 안됩니다. 사고나 업무상 과실 같은 사고일 수 있으니까요.


업종의 특성상 성수기(9~11월에 생산량 증대)에는 시간 외 근무를 합니다. 관리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생산팀과 근무하는 거지요. 아무래도 생산 속도를 여유 있게 유지하는 관리자가 있는 날이 생산팀 입장에서도 좋겠죠. 그런 면에서 저는 직원들에게 실망을 주는 관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있으면 작업자들이 생산 속도를 늦출 수 없고 평소보다 더 많이 생산해야 하니까요.(웃음)


요즘은 분위기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과거에는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웃으며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 26편_-1.jpg 태평소금 공장 제품 생산 과정_photo by 박여선 작가


-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생긴 특별한 유대감이 있을까요?

생산 부서는 영업계획에 따라 일정을 조율하고 생산량을 맞춰야 합니다. 자신의 주도적인 계획보다는 정해진 틀 안에서 얼마나 더 빨리,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생산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수동적인 환경과 자세가 익숙한 업무 환경이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생산의 방법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비해 직원들이 더 많이 웃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습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사실 이런 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은 수평적일 때 좀 더 능동적으로 변합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면 생산에 훨씬 유리한 것 같습니다. 즐거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요.


- 공장에서 소금을 생산할 때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요.

이물 관리와 규격화된 제품 생산입니다.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할 때와 공장에서 생산할 때 차이가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인 원료를 가공 처리해 식품으로 생산합니다. 생산된 제품을 거래처의 요구와 소비자의 트렌드를 관리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염전에서는 수분함량과 소금의 색깔, 입도의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공정을 통해 수분과 입도의 크기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이물 관리를 더 중점적으로 합니다. 물론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이 수분, 색상, 입도의 상태가 좋을 경우 공장에서도 보다 쉽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생산 공장에서는 최종 제품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분함량을 관리하고 고객의 편리하게 규격합니다. 품질이 다른 여러 천일염이 가공공정을 통해 항상 일정한 규격을 가진 제품으로 생산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죠.


브런치 26편_02.jpg 태평소금 공장 내부 모습_photo by 박여선 작가


- 소금 공장에서의 느끼는 삶의 즐거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계획했던 대로 업무가 잘 진행되고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을 때,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좋을 때,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었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식품 산업에서 품질관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실수를 관리하고, 칭찬보다는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 업무는 새로운 제품을 계획하고 상품화하는 곳입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천일염에 다양한 가치와 용도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천일염이 모두가 놀랄만한 식문화와 지역의 칼라를 가진 상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26편_03.jpg 태평소금 생산 모습_photo by 박여선 작가


- 태평소금에서 근무하는 동안 변화된 삶의 가치관이 있다면.

이곳에서 일한 지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업무적으로 때로는 인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소금을 만드는 회사이지만 이곳에는 1차, 2차, 3차 산업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일을 통해 천일염 생산자, 제조업자, 소비자, 연구자의 위치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서 무척 소중합니다.


같은 식구이지만 산업에 따라 생각과 환경의 차이가 분명 있고 이 간격은 쉽게 좁혀지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내 자신만, 내 부서만 바라보고 주장하기도 했고, 그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천일염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저도 오랜 시간 여러 단계를 거쳐 변화되어 온 듯 합니다. 소금을 만드는 회사에서 우리가 하는 업무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 우리는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한 이후부터 더 나은 것은 무엇일까를 찾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시각을 새롭게 정비할 때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니까요.


- 앞으로 증도와 태평소금이 지켜가야 할 가치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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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은 우리나라 식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일염 생산 기술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는 당연히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지만 천일염은 단순히 식품이 아닌 문화적 가치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윤과 문화적 가치의 보존에서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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