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국인은 어떤 소금을 먹을까

이하나 작가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염전은 어디에 있을까요? 물으면 전남 신안이라고 답한다. 신안소금은 그만큼 한국인에게는 염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반전은 없다. 신안소금은 알려진 대로 국내 천일염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광역단위로 살펴보면 경기, 인천, 충남, 전북, 전남에 염전이 분포해 있다. 해방전후 가장 큰 염전이 있던 인천은 이제 약 50ha, 경기는 약 107ha다. 태안을 중심으로 한 충남의 염전이 약 449ha, 부안 등의 전북이 148ha인 반면, 신안이 포함된 전남지역은 약 3,235ha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최초로 염전이 생겼던 인천지역 보다 64배 정도 넓다.


브런치 28편.jpg 태평염전의 노을


모든 식재료를 김치로 만들어버린다는 과장된 얘기가 있을 정도로 한국의 식문화에서 김치는 중요하다. 김치를 담글 때 어떤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좋은 소금을 써야 겨울내 배추가 흐물거리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천연소금은 모두 천일염 기법으로 전환되었다. 전통적인 제염법은 바닷물을 끓여 얻는 염이었지만 품이 많이 들고 연료(나무)를 계속 공급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등으로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일제강점기 값싼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일본총독부의 영향으로 자염이 모두 천일염전으로 바뀐 영향도 있을 것이고, 전쟁 후 전국토가 초토화된 마당에 나무를 태워 소금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되돌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연과 천연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소재다.


해방 이후 한국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그에 필요한 소금은 ‘천일염이 가장 좋다’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식품을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은 국산 천일염을 선호하고 그 중에서도 서해안 갯벌 천일염을 찾아 고른다. 천일염은 가장 보편적인 국산 소금의 대명사이다. 젓갈로 유명한 지역은 충남 논산 강경, 홍성 광천, 전북 부안 곰소, 인천 강화 등인데 모두 서해안에 있다. 김장철이 되면 강경이나 광천, 곰소에 젓갈도매시장에 가는 관광상품이 등장할 정도다. 광천 새우젓은 이미 유명한 브랜드로 알려졌고, 여기서는 젓갈 축제도 열린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천일염이 발효식품 만들기에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한다.


신안을 비롯한 서해안 천일염은 한국 전체 소금시장의 18%로 생각보다 적다. 소금은 산업용으로도 꽤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전체 소금량에 식염으로 쓰이는 소금에 대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 신안 소금은 대부분 식염으로 나가지만, 그 외 지역의 소금은 식품가공용이나 산업용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28편_01.jpg 태평염전 소금박물관에 진연될 각국의 소금들



한국인이 모두 갯벌에서 온 천일염을 먹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정제소금의 소비도 높다. 정제소금은 바닷물을 증발하고 여과시켜 염화나트륨만을 분리한 뒤 소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역시 바다에서 오는 것이긴 매한가지인데, 천일염에 비해 양이 많다.


한국의 대표적인 정제소금 브랜드는 인근의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활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정제소금은 주로 대형 식품기업에 들어간다. 포장, 가공 식품의 소금은 거의 한국산 정제소금이나 해외 수입산을 사용한다. 정제염은 농도를 일정하게 맞출 수 있으므로 맛이 균일하다. 따라서 대형식품기업에서 제품을 생산 하는데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미네랄 농도는 천일염이 훨씬 높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식문화가 발전하면서 해외에서 생산한 식품을 수입하는 비중도 늘었다. 수입개방 이후 호주, 중국, 멕시코산 소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1990년대 한국산 농산물을 방어하기 위한 ‘신토불이’ 운동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후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우리 농산물이 가장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따라서 한국인은 가정 내에서는 주로 국산 천일염을 선호하고, 수입소금을 사더라도 프리미엄류만 선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브런치 28편_02.jpg 태평소금 제조 현장_photo by 박여선 작가


한때 웰빙 열풍이 불면서 건강함을 강조한 소금도 인기를 끌었다. 나트륨을 줄인 소금, 미네랄을 더한 소금, 알카리성이 높은 소금 등이 인기를 끌었고, 소금에 명품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한동안 구운소금이 인기를 끌었고, 요즘은 미네랄 용융소금이 완벽한 소금으로 건강에 필요한 영양제처럼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다시마소금, 송화소금, 함초소금 등 소금에 다른 재료를 가미한 제품과 바로 음식에 뿌릴 수 있는 허브소금, 마늘소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꽃소금은 천일염을 한 번 제조한 뒤 이를 다시 정제, 가공한 소금이다. 감칠맛을 높였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죽염은 오래 전부터 잘 팔리는 아이템이다. 불과 4-50년전만 해도 소금을 치약처럼 사용하기도 했기에 소금으로 만든 치약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소금 치약의 경우 죽염부터 토판염 등 다양한데 불소나 계면활성제가 걱정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천연 스크럽제로도 알려진 소금은 각질 제거와 미네랄 공급이 탁월해 스크럽제나 화장품에도 사용이 된다.


한국인이 소비하는 소금의 매출액은 2020년 기준으로 약 733억원이다. 김장철인 하반기에는 소금매출이 급격히 올라간다. 한국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김장이나 젓갈 등 전통 염장에 쓰이는 게 천일염이다보니 소매 매출에서는 천일염이 48.2%로 가장 높게 나타난다.(2020년 기준)


그 다음은 맛소금 23.1% 그 외 정제염을 비롯한 일반소금과 기타소금이 10%로 나타난다. 코로나 팬데믹때 가정 내 조리가 많아지면서 소금매출도 조금씩 늘어났는데 이때 해외 프리미엄 소금 판매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소금, 프랑스 천일염으로 비싸게 팔리는 게랑드소금, 영국의 말돈소금 등 해외에서온 소금도 인기가 많다. 히말라야 소금은 정확히는 파키스탄 암염이고, 프랑스 게랑드는 토판염이 주를 이룬다. 영국의 말돈소금은 열을 가해 물을 증발시키는 화염방식으로 만든다.


해외 명품소금은 서양요리에 사용되지만 우리 고유의 음식에는 아직도 국내 천일염이 더 많이 쓰인다. 소비자들도 한국음식에는 국산 갯벌 천일염을 선호한다.


브런치 28편_03.jpg 전북 부안의 젓갈 정식


국산 천일염은 맛과 풍미, 한국음식과의 어울리는 것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을 천일염으로 지키려면 갯벌을 지켜야 하고 갯벌을 지키려면 바다를 깨끗하게 보전해야 한다. 우리가 좋은 천일염을 먹으려면 갯벌과 바다를 지켜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깊어지는 천일염은 나트륨이나 미네랄 성분으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바다의 역사, 환경, 사람의 노동과 공동체의 미래가 소금 알갱이에 담겨있다. 어떤 소금을 선택하느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한다.




※ 참고문헌/사진 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농림수산식품부 2013년 12월 2일 보도자료

- 푸드투데이 – 인사이드 마켓 (2020. 12. 30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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