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소금쾌락

박찬일 셰프

이미 칼을 쥐고 밥벌이로 요리한 지 삼십 년이 넘었지만 또렷하게 기억하는 금언이 있다.

“네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금을 제대로 치는 걸 까먹기 때문일 거야!”

이 얘기를 해주던 사람은 그 옛날 이탈리아에 있는 요리학교의 여러 선생들이었다. 하필, 수많은 요리에 관한 조언을 제쳐두고 소금을 더 치라고 했을까.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요리 인생을 살면서 벼락을 맞는 것처럼, 등허리가 서늘하게 느끼곤 했다. 소금! 그래,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한 거야.


“망카 살레!”


요리학교의 선생은 여럿이었는데, 세르지오라는 이가 유독 그랬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의 음식 레슨을 우리는 좋아하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가 우리들이 얼기설기 만든 연습용 음식을 맛보고는 늘 인상을 찌푸리면서 “망카 살레(Manca sale)!"라고 외쳤기 때문이었다. 소금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프로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 그것이 싸구려이든 고급이든 관계없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맛이 상업적으로 잘 표현된 음식을 먹게 된다. 더러 맛없는 음식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대부분 소금 간의 문제다. 재료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소금 간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이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당시엔 세르지오 선생의 그 추상 같은 ‘망카 살레’ 호통은 그저 과장된 소동처럼 느낄 뿐이었다. 소금을 조금 더 치라는 게 고작 요리 수업의 핵심이라니. 그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양념의 배합, 재료의 익힘, 칼질과 손질을 말하지 않았다. 요리의 금과옥조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런 큰 명제들을 모조리 지나쳤다. 오직 소금이 부족해! 라니. 그렇다면, 쉽게 말해서 누구나 요리를 잘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싼 돈을 주고 수업을 듣는 우리들로서는 불만스러운 처사일 수밖에 없었다. 소금을 더 치라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고, 그게 요리의 핵심이라면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가 말이다.


전문적인 요리 수업을 택해서 듣는 우리에겐 참 이해 불가능한 대목이었다. 당시 나의 불만은 꽤나 합리적이어서 이를 테면 ’자, 좋아요 세르지오. 그러면 소금을 몇 그램을 넣을까요? 당신은 우리에게 준 레시피에는 모든 재료가 그램이 명시되어 있어요. 왜 소금은 그렇지 않은가요‘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나는 그 질문을 끝내 하지 못하고 학교를 마쳤다.


소금은 왜 다들 '적당량'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을까. 저명한 셰프의 요리책이든, 국가 검정시험에서든 가리지 않고. 게다가 세르지오 같은 선생은 밀라노의 아주 유명한 식당 출신이었다 그는 그저 많이 넣으라고 호되게 몰아쳤을까. 세르지오는 나중에 한국에 와서 한국 여자와 결혼했고, 서울에서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일했다. 그를 만나서, 나는 물었다. 아직도 선생님은 소금을 많이 치는가요, 라고. 그는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KakaoTalk_20251020_103731189_01.jpg 요리하는 순간_필자 제공



나는 이른바 양식이라고 할 이탈리아식을 전공했으니 스테이크를 구울 일이 많았다. 이미 서양의 유명한 셰프들,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같은 이들의 필름을 봐서 알겠지만 그들은 스테이크를 굽기 전에 고기에 소금간을 하면서 꼭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얗게 덮일 정도로 소금을 쳐라, 그래야 ‘사먹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맛이 난다’고 말한다. 사 먹는 맛! 나는 주방에서 어린 요리사들에게 비슷하게 교육했다. 구운 고기를 꼭 먹였다. 소금을 잔뜩 쳐서 눈이 동그래진 그들에게 시범을 보인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인정할 수 있었으리라. 사먹는 맛의 탄생 같은 것이었다고나 할까.


소금 잘 치는 것이 요리

나는 요리에 대한, 아니 소금과 요리에 대한 해답을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조금씩 얻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림2_01.jpg 요리 맛은 소금이 8할이다
- 소금을 치는 행위가 곧 요리다.

- 소금을 잘 쳐야 요리가 끝난다. 맛있는 요리가 되려면 아주 잘 쳐야 한다.
그렇게 친다는 건 소금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 소금은 모든 맛 분자를 활성화시킨다. 과학이 증명한다. 맛있다는 감각은 소금이 끌어내는 것이다.

- 소금 양을 딱 정하지 않는 이유는 소금마다 염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직 요리하는 사람의
혀로 간을 분별해야 한다. 그래서 프로페셔널 요리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도달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아직도 여전히 나는 진행 중이다. 소금을 치는 것이 요리라는 명제를 확인하는 것.


여기서 한 가지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자, 소금을 많이 치면 고혈압에 걸리지 않는가,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데 너의 주장은 무리다, 이런 질문을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소금 간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쾌락을 제공한다. 소금이 문제가 되는 건 과도한 소금의 총량이다. 더 많은 국물, 더 많은 절임, 더 많은 음식 양이 문제다. 잘 간이 된 음식을 적절하게 드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쾌락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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