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 작가
소금박물관에 방문하던 날에는 비가 내렸다. 염전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날씨, 비오는 날. 하지만 태평염전의 기반 시설을 체험하기에는 어쩐지 알맞은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 내리는 아침은 운치가 있으니까. 차분하게 가라앉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마치 그 풍경은 한 장 그림 같고 나라는 존재가 그것을 완성하는 것 같다.
소금의 모든 것, 소금박물관
자동으로 열리는 도어를 지나면 소금박물관 매표소 입구가 나타난다. 로비 책장에는 그간 열렸던 전시의 도록이 비치돼 있다. 지금껏 계속 이어져 온 작가 레지던시 사업은 태평염전이 기업 가치를 문화 사업에 중심을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수많은 작가가 스믜집에 머물며 작업했고 그 결과물이 소금박물관에 특별 전시되었다.
방문했던 7월에는 줄리아 데이비스의 개인전<Full Circle 완전한 순환>이 열리고 있었다. 줄리아 데이비스는 3개월간 증도를 탐색했고 이를 담은 결과물인 작품을 내놓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필수적인 ‘소금’을 중심 소재로 삼아 인간과 환경 사이 밀접한 관계를 설치와 드로잉 사진으로 표현했다. 소금과 빗방울, 드로잉, 위성 사진 이미지를 활용해서 증도를 표현했으며 지구상의 생명체는 소금이라는 물질로 연결되어 있고, 전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이 순환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소금박물관은 1948년 염전 설립 초기에 지어진 석조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해서, 2007년에 지금의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전 소금 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소금박물관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도 등록돼 있다. 소금박물관의 상시 전시는 영상관을 시작으로 생명의 시작, 소금과 문화, 소금의 어원과 역사, 소금과 과학, 트릭아트 포토존, 염전의 유물, 소금과 갯벌, 천일염의 생산과정, 홍보관의 순서로 이어진다.
소금박물관에서 만난 가장 좋은 전시는 염전의 유물이었다. 천일염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도구와 쓰임새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유익했다. 사진으로 보는 도구와 실재하는 도구의 생김을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도구를 통해 천일염 생산의 고단함과 그것을 지켜온 사람의 정신이 느껴졌다. 전시 끝부분에는 천일염의 생산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해수취입부터 결정지에서 소금이 생산되는 25일여간의 여정이 상세히 표현되었다.
소금으로 만든 동굴
관람을 끝내고 다시 로비로 나오면 바로 옆 힐링센터에서 소금 동굴을 체험할 수 있다. 소금 동굴은 천연 소금이 주는 미네랄 힐링 치유 프로그램이다. 45분간 진행되는 휴식 시간 동안 청정 해변에서 4일간 느낄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천일염 100%로 시공한 소금 동굴은 몸에 좋은 88가지 미네랄과 요오드를 공급한다. 청정 바다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소금 동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소금은 음이온을 배출한다고 한다. 우리 몸은 이를 흡수하고 뇌파를 낮춰줌으로써 평온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힐링소금동굴의 큰 장점은 우울증을 완화하고 불면증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기 속에 분포된 나노 소금가루가 우리 몸에 유입되어 만드는 결과이다.
힐링센터와 함께 운영되는 부양욕 테라피는 미네랄 입욕수 체험이다. 입욕수에서 무중력상태를 체험하며 몸의 긴장을 이완하고 균형을 잡는다. 뇌의 정보처리 기능에 드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사용하게 하는 깊은 명상을 통해 궁극의 정신 안정과 심신의 균형 상태를 체험한다. 이를 통해 휴식은 물론 다양한 치유 효과를 바랄 수 있다.
해양힐링센터와 이어지는 건물 내부에 소금항 카페에서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테라스로는 작은 게가 기어 다니고 물이 빠진 자리에 드러나는 바닷속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소금으로 장식된 소금 아이스크림과 소금라떼가 기억에 남는다. 끝내 혀끝에서 맴도는 걸 보면 특별한 맛이었음이 틀림없다.
소금이 없다면. 소금 카페에서 걸어 나오면 소금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소금이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소금이 사라질 리 없음에도) 오싹거리는 공포를 느낀다. 인간은 나약하고, 때로 인간은 강인하고. 어딘가 숨겨놓은 보물을 잘 찾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희고 작고 힘주면 부서지는 이토록 작고 연약해 보이는 물질의 권력과 힘을 찾아내는 존재. 소금을 이용해 인류를 발전시키고 유지하고 건강을 주기도 하고 뺐었다. 소금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마지막 한 부분을 채워 전체를 완성하는 곳에도 있었다. 전체를 압도하는 부분일 때도 있었고 전체의 미미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한다.
도로 위 대문처럼 세워진 미네랄 가득한 생태 천국 태평염전이라는 표지판을 일별한다. 소금박물관과 테라피 체험, 카페까지 둘러보고 나오자 이것은 단순한 문화 사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었을지 모른다. 다시 올려다본 표지판은 비에 젖어 있고 오가는 차들의 행렬 속에서 소금 마을 풍경이 더 희고 예쁘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