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아야 편하다

기대지 말고 나대로~

by megameg


딸이 아가를 낳았다.

우리 집의 첫 아가다.

새 생명의 탄생은 너무 새삼스럽고 신기하고 기특하고 대견하다.

따뜻한 엄마 뱃속 양수 속에서 유영하던 꼬물이였다가 세상에 나와 빛과 환경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대견하다.


한 생명의 탄생을 놓고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고, 기대하며 바라보는 것도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

매일매일이 기대와 환호의 연속이다.

아가의 입장에서는 너무 번잡하고 소란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들을 다 견뎌내며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겠다.


요즘 엄마들은 다 똑똑하고 다 야무지게 상황을 나름의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태중에 아가를 두고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많이 공부하며 기다렸을지 다 안다.

우리도 그랬었으니.


난 ‘스포크 박사의 육아’라는 책표지가 다 닳아 너덜거릴 정도로 뒤적이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참고만 될 뿐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이라도 알아야 했으므로 그렇게 책을 뒤적였었다.


요즘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세대이니 나의 경험치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과학적 근거를 댈 수도 없고 이렇게 하니 이렇게 되더라는 궁색한 말만 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딸과의 신경전이나 전투적 대화는 피하려고 한다. 그저 네가 아는 대로 하면 되지.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했지만 알아서 하렴. 정도..


좀 답답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출산 후 산후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외국 임산부들은 바로 일하거나 바로 찬 거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더라. 출산 경험 있는 여의사도 굳이 따뜻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더라며 나의 얘기가 잔소리로 들리나 보다. 딸은 조심스럽게 내 말을 멈추게 만들었다.

워낙 더위를 힘들어해서 더 그렇겠다. 나도 더위를 싫어해서 조금만 삐직삐직 땀이 나려 하면 너무 힘들어하니, 누구를 닮았겠는가. 그렇게 이해하자.


그 옛날에는 여자들이 가사 외에 농사일도 많이 했었으므로 몸이 많이 축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산 후에나 몸을 쉬게 하려고 그렇게 산후조리에 힘들였을 수도 있었겠으니.

그렇게 이해하자.


나는 성격상 엄마가 하라면 해야 되는 줄만 알았고, 다들 그랬으니 그래야 되는 줄만 알았다.

출산 후에는 21일 동안은 계절에 상관없이 내의 입고 따뜻하게 몸을 유지하고, 미역국을 하루에 5~6번씩 나눠 먹어야 양질의 모유가 잘 나온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는 그랬다.


모유 수유하는 것으로 또 길어질 것 같은 의견 충돌을 피해야 했다.

국을 많이 먹어야 양질의 모유(우리가 말하는 참젖)가 많이 생성된다 했더니 적당히 먹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며 굳이 국이 아니어도 물만 먹어도 된다고 들었다며.

물이 아니고 영양가 있는 국물을 먹어야 되지 않을까?!

딸은 워낙 국물을 잘 먹지 않았긴 하다.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지 않다며.

그래도 나름 열심히 먹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임신 막달에 붓지도 않고 살도 찌지 않았지 않은가. 운동을 하면서부터, 우간다에서도 보았듯이 자기 관리를 잘하며 살아온 딸 아닌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시로 수유하는 수유부에겐 '삼시 세끼'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나나 딸이나 모유양이 많은 편이 아닌 것 같아서 내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해 주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뭐 어쩌겠는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수유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일단 STOP!!


어우~ 밤고구마 크게 한 입 베어 먹은 듯하다. 캑캑!!

뭐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젠, 물어오는 것만, 해 달라는 것만 해야겠다.

산후조리를 내가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딸도 미리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나름 염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는 일도 하고, 허리도 안 좋으니 와서 이뻐만 해~"라고 하는 걸 보면 엄마생각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나름 속셈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하


사위의 육아휴직, 산후도우미도 오시니 나까지 굳이 복작거릴 필요가 없겠다.

나는 출퇴근길에 오가며 들러 아가만 보고 이뻐하기만 해야겠다. 너무 좋다.

반찬은 좀 해다 줘야 할까?!


매일 같이 살면서 계속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관계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 같아 생각만으로도 그게 더 힘들다.


나만 답답하고 말자.

뭐 순간순간, 잠깐씩만 참으면 되니 넘어가자.

역시 사는 동안 인간관계에서는 이기적 배려하며 사는 것이 정말 맞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


딸도 이제 어느새 34살이다.

어찌 자기 의견이 없겠는가.

나를 내세운다고 돋보일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하는 게 맞다.


나를 참는 것은 편하기도 하지만 외롭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내 뜻대로 하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턴가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될 수 있으면 들어주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땐 그래도 엄마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원하는 대로 하게 두어야지.

안 그러는 게 더 이상하겠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후욱 밀려오는 외로움?! 쓸쓸함?! 때문에 가슴이

뻥!!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해진다.

하아~~


엄마의 마음을 접어야 될 때, 내게서 떨어져 나가는 듯, 안타까움, 애틋함, 아쉬움 같은 감정들이 올라와서 그런가 보다.

뭐 그러면서 사는 거지.

훌훌 털고 나대로 살아야지.


그러니 내려놓아야 편하다. 모든 것에서 다 내려놓아야 서로 편하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넉넉해지겠지.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똘망똘망해지는 우리 아가 건강하고 씩씩하고 바르게 잘 자라렴. 언제나 할무니 기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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