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불경기
B. 직원들 간의 불화
C. 경쟁업체 난립
D. 환율상승,
E. 이자율 상승
F. 전쟁
G. 횡령과 도난
H. 소송
I. 구인난
J. 임금 상승
A부터 J까지 중에서 사장의 잘못이 아닌 것은?
바로 전쟁입니다.
전쟁을 제외하고는 결국 당신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죠.
<김승호 – 사장학개론 P.255>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개론에 이런 이야기가 적혀있다.
전쟁을 제외하곤 모든 문제가 사장의 잘못이라고.
그런데 전쟁이 터졌다.
그것도 지구 반대편인 우크라이나에서 말이다.
근데 왜 식용유의 가격이 오르는 것일까?
밀가루도 오르네??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이 터졌는데 왜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오르는 것일까?
이유를 찾아보는 수호다.
세계 밀 생산의 3분의 1을 우크라이나가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해바라기유 최대 수출국도 우크라이나라고 한다.
전쟁이 터지면서 밀가루와 식용유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그것이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3만 원에 들어오던 식용유는 7만 원이 되었고, 밀가루도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전쟁으로 인한 나비효과가 바람을 타고 수호네 가게까지 불어온 것이다.
더 웃긴 건 본사에서 들여오던 200여 가지의 품목이 이때다 싶었는지 차례로 같이 오르기 시작했다.
원가가 오르고 있으니, 본사에서는 판매 가격을 500원 정도 올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어림없는 소리다.
고추장, 된장, 식용유, 밀가루, 참기름, 설탕, 소금 같은 수많은 양념들은 가격이 올라도 마진율 계산에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수호네 매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코다리조림.
코다리 2마리의 원가는 4,000원이고, 갖은양념을 넣어 손님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9,000원이다.
근데 코다리 2마리의 원가가 5,000원으로 오르면 판매가격을 10,000원으로 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식용유, 고추기름, 고추장, 된장, 물엿 같은 양념들의 가격도 같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까지 마진율에 계산한 뒤 가격을 올린다면 아마도 수호네 가게에 오는 손님은 파리밖에 없을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원자재값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김승호 회장님 말씀대로 전쟁은 사장의 책임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해결책이 없다.
그냥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이 전쟁은 2025년 8월인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빵집과 중국집이 그렇게 많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처럼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돌아온다.
원자재를 파는 사람들은 가격을 올리면 되고, 손님들은 물가가 오르든 말든 기존에 사 가던 가격으로 구매하길 원한다.
중간에 있는 자영업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상승하기 시작한 물가는 아무리 전쟁이 끝나고 경기가 좋아진다 할 지라도 오른 폭만큼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는 인건비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하방경직성이 짙은 항목이다.
한번 올라간 원자재 가격은 웬만해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기엔 순이익이 너무 많이 감소했다.
결국 기름을 많이 쓰는 품목을 줄이게 되고, 밀가루까지 사용하는 전이나 부침개는 만들 수 없게 되었다.
품목은 줄어들고, 순이익도 감소했으며, 조금 올린 가격은 손님들의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완전 악순환의 고리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전생이 수호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힐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게가 1년이 되어가니 사용하던 기물들이 하나둘 망가지기 시작했다.
웍이나 프라이팬은 바닥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국자나 집기류도 많이 고장 나서 다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기물들을 소중히 다루어 주면 좋겠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주인이 옆에서 지켜볼 때뿐이다.
자기 물건처럼 소중하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다뤄준다면 1년도 넘게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수호네 가게는 그러지 못했다.
‘이 가게가 만약 안 팔리면 내가 앞으로 2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다 때려치우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볼까.’
‘남들은 부동산에 1억 투자해서 2~3억씩 벌었다는데. ’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도 못 보내면서 이게 뭐 하는 것인지.’
수호는 가게를 오픈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엄청난 회의감이 들었다.
정말 너무나 살기 싫을 정도로 좌절감과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다음 달에 창업박람회가 열리던데...
가서 업종 변경이라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