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영화 후기

by 리나


영화를 보고 후기를 작성하는 버릇을 들여보기로 하며, 첫번째는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인 위키드를 꼽아보았다. 참고로 나는 위키드 원작 소설이나 뮤지컬은 보지않았던 탓에 정보를 1도 갖지 못한 채로 영화를 보았다. 후기이니만큼 스포일러가 들어갈 수밖에 없음은 유의하자.


나는 위키드를 자막으로 한 번, 더빙으로 한 번 보았는데 무엇이 더 나았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는 더빙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자막의 굴림체라거나 유치하다면 유치한 표현들을 글자로 그대로 보는 것이 약간 충격이었어서.


그것과 별개로 글린다의 노래와 연기는 매력 터지는 핑크 공주님 그 자체였다. 사실 보고 나서 처음 느낀 후기는 틴에이지물 같다 였다. 배경은 대학이고 주인공들도 십대로 보기는 어렵지만 영화의 내용이나 주요 소재 등은 전형적인 외국의 틴에이지물에서 나올 법한 것들이었다. 싫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글로 보여지는 단어라거나, 표현이 가져오는 충격이 아마 이런 분위기 탓에 더 크게 느껴진 것이라 본다.


틴에이저 같은 느낌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문제나 갈등의 발생과 해결방안이 십대들이 해낼 것 같은 방법처럼 느껴졌다는 것 뿐이다. 순수하다라고 보면 순수한 것이고, 유치하다라고 보면 유치하게 보일 것들. 생각의 변화, 갈등의 시작도 하이스쿨이 배경이었다면 이해가 쉬웠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린다와 엘파바가 보여주는 어쩌면 순수함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며 보게 해주었던 것 같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영화 속 글린다가 오히려 아주 사랑받고, 야망있고, 본인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대놓고 엘파바를 질투해서 다른 사람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괴롭힌다거나 - 물론 식당에서 화려하게 놀리긴 했지만 - 뒷공작을 부린다거나 하는 식의 표현은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다고 질투의 감정을 영화 내에서 그려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에메랄드 시티에 가서 구경하는 마법사의 연대기 연극에서는 대마법사를 연기하는 두 분의 배우가 등장한다. 그 배우들은 서로 더 돋보이기 위해서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데 투닥거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로 보인다. 흔하고 뻔하게 그려내는 여자 둘이 있을 때의 모습이다.



저장해놓고 나중에 다시 쓰려고 보니 무슨 내용을 쓰려고 했는지 까먹었지만!

엘파바도 글린다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보여준 느낌이다. 조금 더 감정선이 자세하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위에서 틴에이지물 같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그 뭐랄까 배우는 성인 같으나 하는 행동과 문제의 해결 방식, 갈등 해결 방식 등은 십대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글린다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살았던 아이라서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엘파바는 자신의 피부색과 주변인들의 배척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 서툴다. 그런... 그런 둘이 완전하게 다른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둘 만의 잘 맞는 통하는 부분들이 둘의 관계를 진전시켜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모자를 선물하고 그 모자를 쓰고 나갔던 것도, 그 모자를 쓰고 온 친구와 함께 이상한 춤을 배우고 추는 것도.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 상대가 하고 싶어했던 수업을 함께 들을 수 있게 건의한 것도 되게 순수한 행동이라고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정선을 보고 엥? 하면서 저거 해줬다고 저걸함? 이라는 얘기나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너무 어리고 순수한 행동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인지 나는 두번째로 볼 때, 처음 마녀가 죽었다며 기뻐하는 사람들과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글린다를 보며 슬픔을 느꼈다. 첫번째로 볼 때는 마지막 엘파바의 노래를 들으며 슬펐다면 두번째는 오히려 시작하면서 슬펐다. 두번째로 보는 마지막 장면은 오히려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고. 나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위키드도 여러 번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느껴지는 바가 달라지고, 밥맛...이라는 표현이 조금 덜 어색해지고. ㅎㅎ. 요샌 가끔 유투브에서 찾아보고 있음. 밥맛! 그리고 영화에서 단체로 부르는 그게 조금 더 멋있었음. 춤도 절도 있고 멋있다.


https://youtu.be/_ujfNqcnU1U?si=zaxR8sEpSpoPoPnt


그런 의미에서 우연히 내 타임라인에 떠내려온 영상도 하나 올려둔다. 두 배우의 목소리가 합이 참 좋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 안의 글린다와 엘파바는 솔직히 이 정도의 나이대가 되어야 한다고 봄. ㅎ.. 애들끼리 투닥투닥하다가 친해지는 느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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