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요

by 리나

아직 브런치의.. 체계에는 익숙치가 않다. 무언가 주제가 있는 글이나 소위 말하는 있어보이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두렵다고 해야 하나. 상대적으로 다른 사이트의 블로그에다가는 헛소리도 많이 썼었는데, 당연히 플랫폼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맞춤법도 지켜야 할 것 같고, 마침표도 찍어야 할 것 같잖아.


결론은 어떤 글을 써야할까 하다가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최근에 서울에 다녀올 일이 많았었다. 한 번은 면접 때문에, 한 번은 단순히 여행차 놀러 다녀온 일이었다. 지방 거주 하면서 서울로 면접보러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것보다 면접 때 받았던 질문 중 생각나는 게 하나 있었다.


주소지가 ㅇㅇ 으로 되어있었는데 거기서 올라오신 건가요? 그런데 사투리를 별로 안 쓰시네요?


정말. 그 당시에는 내가 면접 보는 입장이라서 에둘러 대답을 하고 말았지만, 서울 권력이 이런 데서도 드러나는 줄은 몰랐다. 서울 권력이라고 표현하면 듣는 서울놈들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알 바인가. 말하는 지방 촌놈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돌 맞는 기분인걸.


사실은 서울에도 사투리가 있다. 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까. 서울 사투리 하면 떠오르는 입고 싶은대로 입는다며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라거나 라이프 온 마스에서 고아성 배우가 하던 사투리를 쉽게 떠올린다. 뭐 삼촌을 삼춘이라고 말한다던가 하는 것도 서울 사투리라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서울은 자기들의 사투리를 잃어버린 거나 다름 없다. 요즈음 어딜 가도 사투리를 강하게 쓰는 현상이 남아있는 곳은 드물지만 서울의 경우 그 놈의 표준말만 남고 사투리는 없어졌다고 봐야하는데,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들 것을 지키지도 못 했으면서 남의 것은 보고 너네 사투리 써? 하며 웃는 게 좀.



또 다른 이야기. 서울을 다녀왔던 계기 중 하나는 궁중문화축전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 중에서도 야행 행사가 기대가 돼서. 운 좋게 한 티켓팅이 당첨이 돼서 창덕궁에서 하는 야행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관련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서울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덤이었음.


꼭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있는 반면에 가기만 하면 자유롭게 구경하고 참여할 수 있는 체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 여행 기간 안에 들어오지 못 하면 참여할 수 없었고, 그마저도 다른 일정과 겹치면 당연히 하나만 할 수 있었고.

내가 성공한 것은 야행 티켓 하나인데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교통비, 숙박비가 거의 배가 뭐야 10배는 들었던 것 같다. 이왕 놀러갔으니 간 김에 다른 것도 보고 싶고 하고 싶고 그러면 비용은 아주아주 불어난다. 밥 먹는 것도 돌아다니는 것도 다 돈이다. 세상에. 사실 티켓 예약을 성공하고서 숙소를 찾아보면서 약간 후회를 했다. 차라리 안 됐던 게 낫지 않았나.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그런데 또 됐으니까 하고 싶기는 하잖아.


연휴 동안의 짧은 2박 3일 일정을 나름대로 알차게 채워 다녔다. 서울은 좋긴 좋다. 도심 속에 넓은 공원도 많고 청게천을 따라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식당도 종류별로 널렸고 가격은 비싸고 다양한 행사도 팝업도 많이 한다. 무엇보다 궁궐이 잘 보존되어있는 점도 좋다. 오죽하면 서울에서 태어난 것 자체부터가 큰 메리트라는 말이 있지 않겠나. 이번 여행 때는 그 말을 뼈져리게 동의했다.

서울 살면 오 야행 당첨 됐대. 그럼 하루 다녀오고 집에 와서 잠들면 끝. 숙소를 어디에 잡아야 할지 자리는 있을지 기차는 몇 시 걸로 예매하고 그럼 마지막 날은 어떤 동선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지 게산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은 재밌지만 큰 마음먹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방에 사는 게 싫다는 건 아니라서 나는 내가 사는 지역에 만족한다. 그렇지만 은연 중에 드러나는 서울 권력들을 접하면 좀 기분이 착잡하고 나빠진다. 인스타를 구경하다보면 맛집이나 신기한 체험 홍보글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와 재밌겠다 혹은 와 맛있겠다 하고 본문의 내용을 보면 정말 가끔씩 동 이름만 써있는 경우가 있다. 진짜 냅다 ㅇㅇ동에 있는 어쩌구. 그럼 이제 나는 그냥 서울인가보네 하고 게시글을 넘긴다.

이젠 구도 아니고 동만 냅다 적어놓는 걸 보면서 어쩌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 내가 그냥 우리 동네 이름 써놓으면 누구든 아 거기 ㅇㅇ에 있는 동이구나? 하고 알까? 참나. 서울 것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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