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 인 더 풀 보고 쓰기

가볍게 갔다가 한 대 맞고 온 기분

by 리나

스포는 있습니다

영화 내용을 쓸 거니까요





영화 설명만 얼핏 봤을 때는 소재가 비현실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물갈퀴가 있는 소년이라니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게 가능한가 어떻게 안 들키고 살아왔나 그런 생각도 하고

최근 약한영웅 보고 이민재 배우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배우가 나온다길래 겸사겸사 보러 갔다 왔다

영화는 광주극장에서 봤다 광주극장 좋아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상의 부분들을 살려주는 영화였다 생략하거나 축약된 부분이 많아서 직접적으로 그 인물들의 생각이나 이런 걸 보여주는 느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가게 해주긴 하니까 아주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음

전체적인 스토리는 뭐랄까..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석영이 (난 처음에 서경인 줄 알았는데) 석영이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잘하고 열심히 하고 스스로도 악바리처럼 하는 아이였는데 발에 물갈퀴를 가지고 있는 우주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어버린다

어쩌면 석영이가 그냥 서울에서 계속 살았다면 선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조금 더 커서 그런 좌절감? 을 맛 봤다면 오히려 극복하고 이겨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었고. 아무튼 우주는 발에 물갈퀴처럼 피부가 자라있는 아이다. 그런 걸 보면 석영이는 참 착한 아이야. 우주가 물갈퀴가 있다고 할 때 진짜 물갈퀴가 있다고 해 주잖아 어쩌면 다른 사람들처럼 기형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건데


우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다. 흔히 말하는 천재? 어쨌든 타고 난 재능이 있는 아이인 거지

그에 반해 석영이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또 하는 재능을 가꾸는 타입. 만들어지는 노력형 재능

둘의 구도가 흔히 말하는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의 이야기로도 대입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우주를 보면서 석영이도 그... ㅅㅎ 남자애 이름 생각 안나네.. 걔도 수영을 포기하는 걸 보면 타고난 재능은 이길 수 없다 라는 식의 전개가 진행 되는 것도 있고


석영이는 여자라는 신체적인 한계랑 우주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를 넘지 못 하고 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선을 그어버리고 수영을 포기한다 그냥 공부나 하고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살아가는데 여기서 슬펐던 건 석영이가 스스로를 실패자로 규정짓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석영이는 우주의 활약을 뉴스를 통해서 간간히 알게 되는데 막상 우주를 만나고서는 너한테 수영 말고 뭐가 있어? 라고 한다 근데 그 때 우주한테는 진짜 수영 말고 뭐가 없었거든... 돌아온 고향에 할머니도 없고 엄마아빠도 없고 할머니랑 살았던 집도 폐가가 돼서 들어가지도 못 하고.... 자기의 치부 때문에 콤플렉스로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지도 못 했는데 그나마 좀 친해지려고 하니까 서울로 픽 당해서 올라가버리고 그니까 걍... 얘한테는 있는 게 수영 뿐이었다 아마 스스로도 자기한테는 수영 말고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고향에 내려갔던 것도 체조하는 친구가 '나 체조 못 한다고 죽냐' 하는 말을 듣고 내심... 그래 나도 수영 못 한다고 죽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고 내려갔던 건데

물론 이때 물갈퀴가 옅어지면서 그나마 하나 가지고 있는 수영 마저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얘한테는 '그래! 나도 수영 말고 다른 거 있을 거야' 이런 희망 가지고 내려갔던 고향이었는데. 우주는 애초에 타고난 재능을 살려서 수영하던 애였으니까 그 재능이 없어지면 나는 수영 못 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있었을 것 같다 재능이 있었으니까 노력을 덜 해도 성과가 나왔는데 막상 재능이 없어지면 그러니까..... 좀 노력의 그런 걸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석영이가 말했던 너 수영 말고 남는 게 뭐가 있는데 의 말은 나는 들으면서 석영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음 그때의 석영이는 나는 실패자야 라는 생각에 갇혀서 무기력하게 삶을 살기만 하던 중이었으니까 나는 수영이 내 전부였고 내 재미였고 그랬는데 지금은 수영 관뒀으니까. 그나마 자기를 이기고 수영 잘 하는 줄 알았던 우주마저 빌빌대고 있으니 얼마나 빡쳤겠음? 나는 네 재능때문에 수영도 포기했는데 내 전부였던 수영을 포기했는데 너는 이제와서


우주는 고민하다가 서울을 다시 가고 석영이는 다시 그냥 그렇게 살고 석영이 동생은 피아노를 열심히 쳐서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한다


나는 석영이가 우주의 비밀을 ㅅㅎ 얘한테 얘기한 것도 어쩌면 우주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런 거지 우주는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까 이런 슬럼프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거야 난 우주를 믿어 같은 느낌으로 ㅅㅎ 한테 얘기했던 건데 이 ㅅㅎ 새끼가 나쁜 새끼인 거임

얘는 석영이 같은 애가 아니었다 비록 이름의 자음이 비슷할지언정! 우주의 기록을 보고 수영을 그만두었을 지언정! < 여기까진 석영이랑 똑같았지만

석영이처럼 우주를 리스펙하고 그런 애가 아니었던 거지 ㅅㅎ이는 우주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저 새끼가 어쩌고 이런 애였던 거지 아마 ㅅㅎ이는 어렸을 때도 우주 비밀을 알았으면 타고난 재능을 우와 하고 바라보는 게 아니라 놀리고 헐뜯고 수영 하지 말라고 매도했을 거다 ㅅㅂ 근데 뭐.. 이게 현실적인 반응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석영이처럼 우주의 재능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지

ㅅㅎ이 자기 수영 친구들한테 바로 꼰질러서 발가락 확인하고 코치님한테도 이르고 소문 사방팔방 다 내고 그래서 우주는....


카메라 연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먹먹했던 씬이 우주 소년체전? 나갔던 씬이었는데

사실 우주 대사도 거의 없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표정만 짓고 있는 애다 극 중에서

근데 발가락에 밴드 감고 걸어가는 걸음마다 핏자국이 남는데 하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다

자기가 스스로 잘라낸 자기의 물갈퀴가 얼마나 아팠을까

혼자 라인에 물보라 안 치는 것도 남들이 다 먼저 치고나가는 것도..

경쟁 사회에 자신을 내던지는 걸 스스로 포기한 걸까 남들이 포기하게 만든걸까



영화의 스토리는 아무래도 우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니까

그런데 나는 보면서 석영이의 입장에 이입이 됐다

너한테 수영 빼면 뭐가 있어? 하고 우주에게 외쳤던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하던 말이 석영이가 우주랑 부딪히고 ㅅㅎ이랑도 일이 생기고 또 동생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걸 보고 점점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고 수영선수가 아니어도 괜찮아 살 수 있어 라고 생각을 바꿔나가는 과정들이 그리고 결국은 선수라는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니라 그냥 수영이 재밌고 좋았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보여서 슬프고 먹먹했다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 우주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갈퀴가 아니라 이제 오리발을 끼고서 저런 걸 왜 보냐고 했던 아쿠아리움에서 경쟁 없는 편안하게. 진짜 하고 싶었던 수영 하면서 ㅋㅋ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것처럼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쓰고 보니 횡설수설의 모음이 되어버렸지만

대사로 직접 감정을 드러내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물론 중간중간의 하고 싶던 말들이 드러나는 대사들은 있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를 것 같긴 하다


그냥 고등학생이 아닌 다 큰 성인인 나도 아직도 진로 고민을 하고 진로를 바꿀까 말까

이 일을 계속 할까 말까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보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계속 해왔던 일을 두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지금이라서

석영이를 보면서는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던 나를 보는 것 같고

우주를 보면서는 어쩌면 저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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