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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개월 Sep 01. 2022

일자허리 셀프 교정 일지

1. 통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어느 날 아침 평소와 다름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데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 허리에서 느껴졌다.

찌릿 찌릿한게 마치 허리 척추 끝부분에 못이라도 박아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어찌어찌 겨우 일어나긴 했는데 허리를 숙일 수가 없었다.


출근하려고 씻고 팬티를 입으려는데 허리를 숙일 수 없으니

무척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자세로 팬티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몇일 좀 누워있고 몸 좀 사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통증은 강도만 조금 약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할 뿐

그냥 휴식만으로는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좀 괜찮아졌다 싶다가고 회의시간이 길어져 장시간 앉아있거나

걷는 시간이 20분 정도 넘어가면 여지없이 허리에 찌릿찌릿

주저 앉고 싶은 통증이 느껴졌다.


허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앉아있기도 힘드니 앉아서 컴퓨터를 하며 업무를 볼 수도 없고

앉아서 식사하는 것도 힘들었고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날씨가 좋아도 나가서 산책도 못하고 주말에 아내와 놀러가지도 못하고

내내 방바닥에 누워있기만 했다.


허리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라고 새삼 처음 느꼈다.


진짜 허리가 안좋으면 삶의 질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구나

마치 백세 할아버지처럼 하루종일 방바닥에 시름시름 누워있는 남편을 보고 있는

아내의 마음은 어떨까


이러다가는 정말 이혼당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다음 날 당장 병원에 갔다.


허리가 아팠을 때 한의원도 가보고 재활치료병원이니 정형외과니 다 한번씩 찾아가봤지만

뭔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 적이 없어서

뭔가 허리에 통증이 와도 굳이 병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은 감기나 가벼운 찰과상 정도로 가는 곳이 아니다. 거의 죽기 직전의 고통, 맹장이 터지거나, 어디가 부러지거나 교통사고라도 날 때 가는 곳이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상남자가 아닌 내 몸의 아픔에 대해 둔감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아파도 티내는 거 아니고 참는 것이 미덕이고 약한 척 하는 것은 삼류라고 배워온 K-남자.


나 역시 특 A등급의 K-남자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르겠지 하면서 찾은 병원은 또 다시 재활치료병원이었다.


간호사에게 허리가 아파서 왔다고 접수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언제부터 아팠고,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아픈지... 등등 늘 말해왔던 말들을 늘어놓고 역시나 또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내가 일자허리라고 했다. 사실 처음 들은 얘기도 아니었다.

거북목이 좀 있으시네요~ 척추에 커브가 많이 사라졌네요~ 일자허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등등

근데 이상하게 그때는 그런 말들을 들어도 별 충격이 없었다. 그냥 선척적으로 다리가 좀 짧으시네요

허리가 좀 기시네요, 하관이 발달하셨네요 정도의 그냥 신체적 특징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허리에 극심하고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껴본 후라 그런지

그 일자허리 라는 네글자가 굉장히 심각하게 다가왔다.


"선생님 그래서 일자허리 어떻게 고쳐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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