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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손을 들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소재로 써야 할지도 모르는 채. 이게 맞는 맞춤법인지 나중에 보면 부끄러운 하나의 일기장이 될는지 잘 모르겠는 채.
지금은 그저 아무 목적이 없는 글을 쓰는 재미에 손을 들고 키보드를 친다.
이번 주 정신과를 갔을 때 나는 의사 선생님께 "모든 일들이 허무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했다. 이따금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얼마 안 가고 그런 목표들도 달성하고 난 후에는 허무하고 허망하겠지,라는 생각에 다시 공허함과 허무함이 몰려왔다.
의사 선생님은 꼭 모든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어렸을 적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땅따먹기 같은 놀이를 했을 때, 그게 꼭 목적을 가지고 했던 일들은 아니잖아요? 그저 그 놀이가 재밌기 때문에 한 것처럼, 목적 없이 그저 사소하고 단순한 재미라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해요."
어쩌면 목적 없이 하는 일이 가장 순수하고 사람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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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여태 동안 그것이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성찰을 잘하는 것, 내면의 세계를 잘 가꾸고 깊이 파고드는 것, 생각이 깊은 것.
지금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의 걸림돌은 확실한 것 같다.
단순 업무를 하는 데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멍을 때리고, 허무주의에 우울한 감정.
그 감정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유튜브 시청에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이후에 다시 드는 자괴감. 악순환의 반복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 자체가 날 지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 생각이 많은 것은 무서운 일이구나, 깨달았다.
여태 동안 생각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 그 정신적으로 힘든 경험을 해야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글 쓰는 게 무서웠다. 현재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인데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안전벨트가 없어도 나는 다시 롤러코스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