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
[물고기]
오랫동안 물속에 있다 보면 이곳이 물 속인지 모를 때가 있다. 아가미를 뻐끔거리며 숨을 쉬고 가끔 세상 밖을 나가면 검은 물속과 비교되는 파란 하늘이 있었다. 찬란한 푸른빛을 쳐다보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 멀리서 촘촘한 그물망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다른 사람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속으로 삼지창을 찔러 넣고 있었다. 그럼 나는 또 얼른 바다에 몸을 숨긴 채 깊이 숨을 쉬었다. 고요하고 어둑한 공간.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곳. 그런 삶이 싫었다. 물이 없는 채 살고 싶기도 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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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잘 울지 않았다고 한다. 어리광도 잘 부리지 않는 아이였다고. 우리 집은 주변에 나무와 늪지가 많아서 장마철이면 밖에 나가 주변 웅덩이를 보는 걸 좋아했다. 그곳에서 노는 소금쟁이들을 좋아했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밖에 나가 소금쟁이랑 놀다 보면 어느새 창가 너머로 찌개 끓이는 소리가 들렸고 향긋한 된장내음이 코를 찔렀다. 그럼 소금쟁이들과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었다. 저 멀리서 저녁 먹으라며 목청껏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항상 호기심이 많고 밝은 나를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가끔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며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 ‘하고 한탄하시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처럼 웃어넘기면 그만이겠거니 싶었다.
그 후로 몇 번의 장마를 거쳤고 더 깊은 구덩이를 마주쳤다. 그곳에는 소금쟁이뿐만 아니라 작은 물고기들도 있었다. 나는 가끔씩 그들이 사는 곳을 놀러 갔다. 그 친구들과 자주한 놀이는 같은 그림 찾기였다. 우리는 꽤 많이 닮아있었다. 어쩌면 같은 종족이었을지도 몰라. 다른 거라곤 나는 땅에서, 그들은 물에서 사는 것뿐이었다.
어김없이 물구덩이 근처에서 주구린 채 노는 나른한 오후였다. 저 멀리서 담배를 뻐끔거리는 한 성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마디를 남긴 채 가 버렸다. 나는 아직도 그 성인의 표정을 알 수 없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더 파고드는 게 아니라 얼른 빠져나오는 거야.’
그 후로 물도, 비 온 후 물구덩이를 살피는 것도 좋아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찬란한 푸른빛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뿐이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물고기로 태어나야지.
*참고도서&영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메기(2019), 이옥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