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먹고 몸집을 불리지
살아오면서 생긴 기억들 중에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두 있겠지만 언제나 나쁜 기억의 존재감이 훨씬 센 것 같다. 둘 다 어쩌다 얻어걸린 기억들일뿐인데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을 먹고 쑥쑥 자라나는 기분이랄까. 한 번 생긴 좋은 기억은 나쁜 기억에게 늘 맛있는 간식거리가 되어왔다. 여전히 그렇고.
나도 모르는 사이 커져버려 힘을 쓸 수 없게 된 나쁜 기억은 마치 엄마와 아들 같다. 어렸을 땐 힘으로 제압이 가능했지만 크면서 더 이상 힘으로 다룰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커져버린 나쁜 기억은 어느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내 몸 전체에 퍼져버린다. 좋은 기억을 냠냠 먹어치운 나쁜 기억은 좋았던 기억들을 원래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그 기억을 찾지 못하게 어떤 공간의 틈도 주지 않는다. 나쁜 기억의 실수로 생긴 아주 작은 틈을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하나쯤 건질 수 있을까 말까 한다.
분명 좋은 기억이 있을 텐데 그런 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나쁜 기억의 몸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그리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행동을 제한한다. 소리 없이 폭력적이다. 더 잔인한 건 이 모든 일이 내 안에서만 일어난다. 결국 내가 나를 이렇게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