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의심 사이

유치장에서 느낀 감정적 무게

by 담월

유치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규정과 매뉴얼이 있어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늘 틀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유치인이 아프다며 병원 진료를 요구할 때다.

규정상 여건이 되면 진료를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꾀병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을뿐더러 혹시라도 진짜 위급한 상황을 놓치면 책임은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119를 불러 병원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 번 병원에 다녀오면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같은 요구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때 담당경찰관은 퇴근 후나 휴무일에도 동행하게 된다.


‘이게 진짜일까?’ 의심하면서도, ‘혹시 놓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 사이에서 갈등한다. 단순한 피로나 업무 부담과는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다.
의심과 책임 사이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중요한 이곳이 바로 유치장에서의 감정노동이다.




이 기록은 단순히 제 경험을 넘어,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을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직업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남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