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직장에서 살아남기

치명적인 습관 : 식사이론

by 담월

군대는 안 가봤지만, 남자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살기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내 필살기 중 하나는 '빨리 먹기'다.

게다가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언제 신고가 들어올지 모른다.
지구대 근무 시절, 밥숟가락 뜨다가 무전을 받고 뛰쳐나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국수나 짜장면을 시킨 날에는... 그날 끼니는 포기해야 했다.


언제나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신고가 먼저 떨어질지, 내가 먼저 먹어치울 수 있을지, 아슬아슬하고 긴장된 줄다리기.
제발 음식을 다 먹은 뒤에 신고가 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순간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 직장은 자연스럽게 빠른 식사 문화가 자리 잡았다.
누가 훔쳐 먹는 것도 아닌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밥을 먹는다.
나도 첫 지구대 실습 때부터 이 습관을 들였고,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좋은 점이라면?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는 딱히 모르겠다.


나는 내가 얼마나 빨리 먹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물었다.
“너,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네 행동 중에 제일 부지런해 보일 때가 먹을 때인 거 알아?”


아차 싶었다.
나무늘보라는 별명을 가진 내가 먹을 때만큼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니!

내 식사 모습을 의식하고 보니 웃음이 나왔다.
속도감으로 치면 평소의 5배속 정도랄까.
같이 먹는 사람은 정신없겠더라.


빨리 먹는다고 해서 맛을 못 느끼는 건 아니다.
그저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려는 것일 뿐.
그러면 남자친구는 “그동안 못 먹고살았나?”라며 놀리지만, 아마 나는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이 습관은 고치기 힘들 것이다. ^^


밥 앞에서는 항상 긴장 모드.

혼자 먹을 때에도 이미 나는 속도 경쟁 중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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