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렀지만 시작할 수 있었던 날
드디어 첫 모임 날. 마음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너무 대책 없이 지른 건 아닐까. 나도 모르는 내 잠재력을 믿어봐도 될까.'
그럴 땐 다행히도, 파워 P인 성향이 도움이 됐다.
"그래, 까짓 거 부딪쳐보자."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 서울말이 서툴다.
경상도 억양이 남아 있어 동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내성적인 데다 말투까지 이런 내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얼마나 긴장했을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모임 장소는 강남역 스타벅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지하철역 앞 카페를 골랐지만, 주말 오후라 자리가 없었다.
일찍 간다고 생각했는데 모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고, 이게 뭐라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혼자 우왕좌왕하다가 다행히 비는 자리를 잽싸게 맡았다.
돌이켜보면 경험이 없는 탓에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택한 것부터 판단미스였다.
게다가 약속했던 네 명 중 한 명이 못 온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아직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떨리는데, 시작 전부터 공백이 생기자 긴장은 더 커졌다.
그런데 모임 시작 10분 전, 뜻밖의 연락이 왔다.
“혹시 지금 가도 될까요?”
그 순간, 어색한 공기를 가르는 듯 가슴이 환해졌다.
책을 손에 쥔 회원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넸다.
설렘 반, 떨림 반. 사실은 떨림이 더 컸다.
각자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까지 스몰토크를 이어가야 했고 그럴 땐 날씨 얘기가 제격이다.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 자기소개할까요?"
이름과 한 줄 소개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어색함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책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분위기가 서서히 풀려가는 게 신기했다.
누군가는 오래 좋아한 작가의 이름을 꺼냈고, 또 다른 이는 가져온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누었다.
그렇게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끄덕임이 오갔고, 온기로 스며들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나는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제안했다.
“처음 만난 기념으로 같이 저녁 드실래요?”
낯선 이들과 함께한 첫 식사.
그 자리에서야 비로소 ‘아, 이게 진짜 모임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하루 종일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며 벅차올랐다.
시작이 반이 맞았다.
여러분은 처음 만남의 어색함을 어떻게 풀어가시나요?
혹은 잊지 못할 첫 만남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3화 예고. 다음 모임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요?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실까요, 아니면 이 첫 만남이 마지막으로 끝나버릴까요?
내성적인 제가 다시 이 문을 열 용기가 있을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