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사이,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큰 변화
내향적이었던 내가 독서모임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지독한 집순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게으름과 내성적인 성격 탓에 쉽게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나마 장벽이 낮은 취미 모임에 나가볼까 생각만 할 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방구석에만 머물렀다.
그렇게 외부와 단절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어렵게 서울에 올라온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렇게 즉흥적인 마음으로 새벽 두 시 반 모임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생각이 많으면 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법.
일단 만들어나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소모임 플랫폼에 접속해 대충 책과 어울릴 만한 제목을 붙이고, 홍보용 정기 결제를 마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놀랍게도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세 명의 회원이 순차적으로 가입해 있었다.
어리둥절하여 급히 구색을 맞추려 게시판에 자기소개 양식을 올리고, 사진첩에는 인터넷에서 찾아온 책 사진을 올렸다.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었기에 급조된 모양새를 갖추 것에 다름없지만
가입해 준 낯선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책임감을 부여받고 나름의 규칙들을 만들어갔다.
예를 들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지정도서모임의 진행 방식, 책 선정 기준 같은 것이다. 일부는 예전 독서모임에서의 경험을 차용하였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내성적인 내가 모임 리더로서 이것저것 기획하는 건 큰 도전이었다.
우여곡절 속에 벌써 이 모임을 꾸린 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모임을 만들었던 용기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 모임을 꾸려가는 일은 단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이 아니었다.
시행착오를 딛고 서는 방법을 배우고,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장소 섭외 등 기획 능력까지 쌓는 다차원적인 성장의 시간이었다는 점이 놀랍다.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러분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어떤 용기가 필요했나요?
혹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있었나요?
다음 화에서는 첫 모임의 생생한 기억과, 그 안에 담긴 소소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게요.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