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자세 : 일상 (4)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저의 열렬한 애정은 교육을 향해 있었습니다. 저의 열중하는 마음 또한 교육을 향해 있었습니다. 열정의 주체가 교육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과거형으로 남게 두었습니다.
비교적 빠르게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학부 조기 졸업을 하게 되었고, 석사를 동일 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되어서 뭣도 모르고 열정을 따라서 지원하고 바로 붙어서 교육학 석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냥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이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보고서를 쓰고, 논문을 읽고, 논문을 쓰면서 지칠 때도 있었지만 지치기보다는 재미가 있고, 경쾌합니다.
친구들이 저를 보면서 어떻게 그런 게 재밌냐고 물었을 때면 저의 대답은 항상 "재밌지 않아?"라고 대답을 하면 친구들은 그래 보인다며 신기해하고는 했습니다. 저도 제가 어디서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저의 열정이 닿아있는 것을 공부하고 배우고 정리하는 모든 행위가 즐거웠습니다. 제가 석사를 하고 있는 사실도 신기했고, 쏟아지는 과제들도 의무감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기에 쉽게 지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형으로 남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전역을 하고 난 뒤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 보니 교수님의 권유로 석사를 지원하게 되었고, 학부와 석사 모두 조기 졸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교육을 향한 불타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어떤 교육에 대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열심히 달리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자 하는 것이 생길 것이다. 지금은 준비하고 나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교수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만들어가고 학회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생일 때부터 교수님들과 친해지려고 하고 다른 대학원생들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넓은 시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 공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저의 졸업 논문 또한 그와 관련된 주제로 쓸 수 있었습니다. 졸업 논문도 잘 마치고 졸업을 향해 순탄히 달려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다음 과정은 박사 학위로 정해졌습니다. 많은 대화와 연구를 진행하였고, 마지막 학년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졸업 논문과 박사 과정 지원으로 채웠습니다.
수업, 도서관, 집으로 이루어진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쳐났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그것만 바라보고 달렸습니다.
하지만 열정만 너무 넘쳐나서 그랬을까요? 뭣도 모르고 박사 과정을 지원하게 된 게 문제였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들로 박사 과정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었고, 저의 경험 부족, 연구 계획에 방대함 등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너무 지우고 살았나 봅니다.
마지막 학기가 반쯤 지나갔을 때 박사 과정에 불합격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거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니 막상 떨어지고 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달리다가 결승점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열정에 대상이 사라지던 순간입니다. 열정으로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는데 연료가 사라지니 더 이상 태울 것도, 타버릴 것도 없이 연료만 연소되었습니다.
열정이 목표와 함께 타서 없어졌습니다. 실패라고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잠시 멈춰지게 되니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떨어지고 난 뒤에는 그동안 못했던 대학생활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낭비했습니다. 학점관리만 하면서 그동안 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쉰다는 명목으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도 필요하긴 했던 거 같습니다. 그만큼 후회 없이 대학 생활을 했고 어떻게 달리는지 배웠고,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지 모르겠고, 사실 쉬는 것에 있어서 잘 쉰다는 게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불합격의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의 저는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저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동안은 이 실패 아닌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저는 다시 달려보려 합니다. 열정의 대상을 다시 찾으면 됩니다.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확실하게 불태우면 됩니다.
쓰러지는 것도 당연하고, 지치는 것도 당연합니다. 성공만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실패의 경험은 더욱 값집니다. 성공만을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실패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쉼을 적당히 분배하는 것,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떤 실패가 앞에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가는 중이기에 더 이상 걱정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