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세계

배움의 자세 : 일상 (7)

by 예준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와 같은 책들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를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특히 더 유명한 작가라는 느낌도 있고, 남들이 다 읽고 좋아하는 작가보다 저만의 소중한 책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서 괜히 반항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유명하다 보니 세계문학을 읽다 보면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헤르만 선생님, 저랑 그만 좀 마주치시죠.”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사실 저는 에세이 장르에도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들이 주입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요즘에는 위로에만 치중된 글들이 많아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에세이를 쓰는 것이고, 또 다른 시점을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요.




다시 헤세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의 책들은 주변에서 권유도 많이 받고, 거의 빌려줌 당하다시피 해서 읽었습니다. 『밤의 사색』, 『삶을 견디는 기쁨』 같은 에세이도 읽었는데, 솔직히 여운이 남지 않았습니다. 『밤의 사색』은 오히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 제 해석조차 시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헤세의 책을 멀리하던 중, 제 안에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있지?” 세계문학, 독서 모임, 소설, 자기계발서, 수필…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데, 목적 없이 읽어도 되는 걸까? 도움이 되는 걸까? 계속해서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굳이 목적이 필요할까? 그냥 읽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책이 『책이라는 세계』였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헤세가 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책이었죠. 싯다르타를 제외하면 기대만큼 감동을 주지 못했던 헤세였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정말 완벽한 타이밍에 제게 찾아와 책 읽기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었습니다.


물론 그의 사유 전체를 다 흡수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남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책 읽기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


"정해진 길은 없으니 각자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읽도록 한다. 끌리지 않고 저항감이 일어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작품이라면 억지로 인내하며 애써 읽으려고 하지 말고 도로 내려놓는 편이 낫다." -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책을 고르는 것도, 읽는 방식도, 목적을 두는 것도 모두 자신의 개성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서점에 가면 ‘서울대 필독 도서’, 유튜브에선 ‘성공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 편집자 추천 목록까지… 온갖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넘쳐나지만, 그런 식이라면 자기만의 독서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길을 찾는 것, 나만의 이유와 해석, 나만의 배움을 남기는 것입니다. 남들과 같은 해석을 반복하는 건 책에게 끌려다니는 것이고, 자기만의 사고를 잃어버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읽고 싶은 책을 그냥 읽습니다. 남들이 별로라고 해도 내가 좋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왜 좋았는지만 나만의 이유로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책에는 정해진 길이 없으니까요.


오늘은 평소보다 길게 썼지만 그만큼 설렘을 담았습니다. 책을 통해 배운 또 다른 관점을 나누며, 읽는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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