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후드티셔츠, 최선인가요?

기간제 교사의 교단일기

by 글지안


기간제 교사 면접 보는 날


운이 좋았다. 제비뽑기로 면접 순서가 빨랐다. 빨리 이 면접 현장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실에는 아직 대기자가 많다. 검정 투피스 정장을 입고 스타킹을 신은, 20대부터 40대까지. 비슷비슷한 패션으로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수험생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자 면접을 보기 시작한 20대는 발을 동동 구르며 긴장을 녹여내고 있었고, 40대 중반은 훌쩍 넘어 경륜이 지긋해 보이는 선생님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차분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긴장감을 떨쳐내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면접 패션은 도대체 언제쯤 진화하는 것인가? 이 검은색 투피스 치마 정장이 좀 아니면 어떤가. 패션에서 출발해서 학교 집단의 보수성까지. 괜한 것에 불만을 해보았다.


대기실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면접관 석에 앉아 있는 한 교사가 눈에 띈다. 20대 갓 임용이 된 초임교사 같다. 아직 학생 태가 묻어 있다. 후드티를 입고 왔다. 대기실에 있던 수많은 투피스 정장 차림이 불현듯 떠오른다.


1년의 고용 안정을 위해 매년 검은색 투피스 정장을 꺼내는 대기자의 삶의 현장에, 반드시 ‘후드티셔츠’였어야만 했을까.


면접에서 받은 질문에 뭐라 대답한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탈락이다. 합리화라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난 정말이지 그 학교에서 일하고 싶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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