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행평가 학부모 민원에 대처하는 법

아이 휴대전화를 뺏는다는 학부모님께

by 글지안

“선생님 0반에 OOO학생 학부모님 수행평가 관련 문의사항이 있다고 하십니다. 연결해드릴까요?”


“네, 궁금한 게 있으시면 물으셔야죠.”


담임 선생님을 통해 교과 교사인 나에게 수행평가 관련 민원을 넣었으나, 전달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교무 본부로 전화해서 교과 교사를 연결해달라 하시니, 행정사님이 곤란한 처지였던 것 같다.


즉답을 하며 전화를 당겨 받겠다 했지만, 전투의지가 불타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교과 교사에게 수행평가는 고유한 전문성의 영역인데, 어떤 민원인지 들어보자며 마음에 날이 섰다.

격앙된 목소리의 아버님이 대뜸 질문을 하신다.

“우리 애가 핸드폰이 없어서 국어 수행평가를 못했다는데, 사실입니까?”


“아버님, 핸드폰이 없어서 평가에 참여하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평가 기간 중에 자료 조사를 위해 휴대전화를 활용해서 검색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만,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도 충분히 마련해두었습니다. 먼저 평가 한 달 전에 차시별 상세 내용을 공지했고, 필요한 경우 집에서 자료조사를 해올 수 있도록 안내하였습니다. 또한 교실에 공용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였고, 학교에 구비된 태블릿을 학생들에게 상시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답변을 드렸으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버님, 혹시 OO이 휴대전화를 압수하셨나요?”


“네. OO이가 막내라 오냐오냐 자라 그런가, 근래 들어 공부도 안 하고 속을 썩이는데 저랑 말도 안 하려고 합니다.”


“아버님, 요즘 세상에 부모가 휴대전화 뺏는다고 순순히 내어주는 아이들 얼마 없습니다. OO이 착한 거예요. 아마 OO이가 휴대전화를 받으려면 부모를 가장 자극할 수 있는 말이 평가이니, 수행평가 핑계를 댄 것 같네요. 그런데 아버님, 전화기 돌려주셔야 해요. 요즘 애들 과제니 평가니 하는 것들 다 SNS로 공유하는데, OO이 지금 많이 불안할 겁니다. 혹시 휴대전화 중독이나 다른 것들이 고민되신다면, 사용 시간이나 장소에 약간 제한을 두되, OO이가 소통할 수 있는 창은 열어주셔야죠.”


“선생님 언니들은 안 그랬는데 막내가 저러니 저도 답답합니다.”


평가의 전문성이니 교사의 고유권한이니 하는 전투의지는 잠시 물려도 될 것 같았다.


“아버님, 저도 자식 키우지만 자식 일만큼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을까요? OO이 제가 학교에서 관찰해보면 성적으로 눈에 띄진 않아도 자기 할 일 묵묵하게 잘하고, 차분하게 수업 잘 따라옵니다. 언니도 제가 가르친 학생이라 아버님께서 다르다고 걱정하시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짐작이 되고요. 그런데 아버님, 1년이 지나면 교사들도 요즘 애들은 왜 그러냐며 한 해 한 해 격세지감을 느낀답니다. 그냥 세대의 차이다. OO이가 그럴 때다 아이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선생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격앙된 목소리는 한풀 기세가 꺾이고, 전화가 마무리되었다. 답답한 부모 마음에 하소연할 데가 필요해서 걸려온 민원전화였다. 담임 선생님과 후속 상담을 해 본 결과 아이는 부모와 진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였다. 아이가 원하는 예술 계열로 부모님이 진학을 반대하시고, 아이는 부모님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부모님 뜻대로 진로를 정한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없다. 내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자식이라도 하여 내 자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곁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진로와 적성이 고민인 아이들이 대부분인 요즘 학교에서 부모의 반대로 진로를 수정하는 아이가 있다니.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이 편에서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후회가 남는다. 자신의 뜻대로 정하지 않은 진로는 내내 마음의 갈등이 남기 마련이다. ‘실패도 자녀가 경험해야 할 몫으로 믿고 맡겨두면 어떨까요.’ 아버님께 못다 한 말들을 적어 내려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