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의 계밍아웃(?)

기간제 교사의 교단일기

by 글지안

‘얘들아 나는 OOO 선생님을 대신하여 근무했던 계약직 교사란다.’

내일부터 교과 수업에 들어오는 교사가 내가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라는 것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학업을 위해, 가정을 위해, 건강상의 이유로 핑계를 마련해보았지만 썩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내가 계약직임을 아이들이게 밝히는 것에는 사실 남편의 경험담이 큰 몫을 했다.
“학교 다닐 때 좋아하던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사라져. 자꾸. 한 학기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우리 학교는 사립이어서 다른 학교로 갈 일이 없는데 말이지. 말도 안 하고 사라졌어. 제법 친했는데, 그게 어린 마음에 상처였어.”


“얘들아 살면서 혹시 교사가 나는 계약직이다 이런 이야기 하는 걸 들어 본 적 있니?”

수업을 듣던 아이들이 어리둥절하다.

“그럼 내가 최초로 해주마. 사실 나는 OOO 선생님의 대체 근무자로, 오늘자로 계약이 종료되어 집에 간단다.”


아이들은 잠시 정적을 이루다가 다시 질문을 한다.


“그럼 다른 학교 가시는 거세요?”


“아니 난 이제 백수야. 집으로 가게 돼.”


“왜죠?”


“난 대체 근무자니까. 원래 이 자리의 주인인 선생님이 복직원을 내셔서 난 집으로 가야 해.”


“그럼 선생님은 뭐죠?”

“진짜 선생님이 아닌가요?”

“그러니까 계약직 선생님이 뭐죠?”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순수한 태도에, 정교사와 계약직 교사를 ‘진짜’와 ‘가짜’의 ‘계급’으로 나눈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는, 너흰 이제 고등학생이라 내 말을 이해할 식견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내 수업이 엉망이었다면 그건 내 실력의 문제이지, 계약직 교사의 집단의 문제는 아니야. 나의 부족함으로 다른 계약직 선생님들의 실력을 깎아내리지 않길 바란다.”


내 신분을 환하게 노출하고 나면 아이들은 제법 훈수도 둔다. 귀엽고 고맙다.

임용고사를 다시 보라는 둥, 이 나라의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둥, 나를 위로하는 말도 제법 할 줄 안다.


내가 계약직임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유쾌하다. 본능적으로 아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정규직 교사와 비슷한 듯 나를 포장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이라. 그 거짓들을 고해하며 ‘우리’ 사이에 뜨거운 마음이 오고-갔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