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시 히비스커스 Apr 23. 2021

혹시 개인 그랩 운전기사 필요 없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은 작업 멘트

베트남에서 처음 일했던 회사는 외각 쪽이라 항상 회사 차량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했었고, 시내로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아침마다 택시를 잡는 것이 아주 곤욕이었다. 가끔은 차로 대부분은 오토바이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 매연도 뜨거운 햇살도 너무 싫었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첫 만남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하루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P는 첫 만남 이후 이틀 정도 지났을 때 나의 출근길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해서 출근하는지 (한번 도전하고 바로 포기했다. 아직까지 그런 짭 밥은 안된다), 아니면 택시를 타는지, 언제 출근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1월 호치민의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았던 날, P는 나에게 " 잘 일어났어? 오늘은 개인 운전기사로 출근하는 건 어때?"라고 문자가 왔다. 전날 소주를 마신 탓에 얼굴도 붓고, 제일 좋아하는 옷도 빨래통에 있고... 등등 아침부터 팅팅 부은 얼굴로 이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후다닥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왜 그런 기대를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당연히 P가 차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라고 상상했다.


 P가 출발한다고 한 3분 정도 지났을까? 내가 베트남에서 젤 싫어하는 소리 중인 하나인 배기통 큰 오토바이에서 나는 어마 무시한 소리와 함께 그가 밝게 웃으면서 아파트 앞에 주차했다.


"아...... ? 정말 너무 너무 이해할 수 없는 바이크족중 하나가 "우다다다 다다다 다다다 다다다" 소리 나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인데.. 그걸 내가 오늘 타야 하는 건가...... "


문제는 소리뿐만 아니라, 오토바이가 거의 1인용 오토바이 마냥 안장 부분이 유달리 작았다. 오토바이를 탈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내 파란색 원피스는 유달리 짧았고, 작은 오토바이 안장에 내 엉덩이를 끼워 넣느라 속옷이 다 보일 지경이었다. 그날 내가 오토바이에 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우리 아파트 베트남 경비원 아저씨와는 아직도 인사하며 잘 지낸다.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아침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슬로바키아에서 온 맥주 만드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