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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시 히비스커스 Apr 23. 2021

슬로바키아에서 온 맥주 만드는 남자

한국에서 온 여자 슬로바키아에서 온 남자의 연애일기 in Saigon  


내가 맥주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라는 것은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가 알만한 사실이다.


베트남으로 처음 파견 왔던 2018년 한국에서 맥주 덕후 오빠가 C가 여행을 왔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호치민 맥주 대장정을 진행했었다.

그때 방문했던 맥주 가게가 정확히 4곳, 점심부터 진행된 사이공 맥주 탐험은 장렬히 거실에 잠드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른 수제 맥주 가게들은  1군 중심지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2군에도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익숙한 가게였지만, 윙킹씰은 1군 여행자 거리 근처에 펍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때 지독히도 신 맥주가 처음에는 괴상한 맛이라고 혹평했는데, 스트레스가 받는 일이 있거나 울적한 날은 마시자마자 입 가득 침이 고이는 신 맥주가 마시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내가 P를 처음 만난 그날도 나는 이직 기념으로 혼자 술을 마시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윙킹씰을 방문했었다.

혼자 술을 마시는 나를 보고 자연스럽게 "그 맥주 내가 만든 맥주야. 맛있어? 어때?"라고 말을 걸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P는 특이하게도 한국 영화 드라마를 지독히 사랑하는 K 드라마 덕후였고, 한국인 여자가 혼자 bar에서 술을 마시는 게 신기했었다고 했다.


P는 내 머릿속 지우개를 5번을 보았고, 손예진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베트남이나 동남아 사람이 아니라 동유럽 사람이 나에게 한국 영화 그것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아닌 지독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슬로바키아 남자는 맥주를 좋아하는 한국 여자를 만났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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